라면업계 '춘추전국시대'…최후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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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제품 '엎치락뒤치락'…시장점유율 '농심' 우위

[서울파이낸스 장도민 김효선기자] 농심의 패권이 앞으로도 유지될까?

무려 1조8000억원(닐슨코리아)에 달하는 라면시장을 둘러싼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수년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농심의 아성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2·3위 업체들의 상승세가 '파죽지세'를 방불케 하고 있다.

◆ 30년만의 지각변동?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꼬꼬면'으로 촉발된 하얀국물 열풍이 라면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지난 1980년대 업계 1위 다툼 이후 30년만으로 꼬꼬면을 비롯해 나가사키 짬뽕, 기스면, 쌀국수 짬뽕 등을 주무기로 내세운 각 업체들간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신라면을 내세워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과시해온 '농심'의 아성도 점차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가제품과 저가제품간 시장분리도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로 등장했다.

농심은 최근 2천원대의 '쌀국수 짬뽕'을 출시해 고가 제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700원~900원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기존 빨간국물 라면들과는 2배 가량의 가격차를 보인다. 여기에 맑은국물 라면인 1천300원대의 '곰탕'도 출시했다.

이와관련 업계에서는 농심이 경쟁업체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소비자들이 가격부담보다 '맛과 영양'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효한 전략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쌀국수 짬뽕의 경우 2천원이라는 가격부담에도 불구하고 판매 시작 1개월 만에 매출 30억원을 돌파했다. 농심 관계자는 "내년에는 고가격과 저가격의 차별화 마케팅에 주력할 것"이라며 "틈새시장을 노린 특정 소비대상자를 위한 라면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백운목 대우증권 이사도 보고서를 통해 "향후 라면 시장은 신라면, 안성탕면 등 700~800원대의 저가 라면과 1천원 이상의 고가 라면, 2천원대의 초고가 라면 등으로 분화될 전망"이라며 "시장분화가 업계 전체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매출차이, 얼마나?

갈수록 치열해지는 라면업체간 경쟁은 매출규모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지난 달 이마트 매장 137곳에서 나가사키 짬뽕이 올린 매출액은 총 18억원으로 신라면(17억원)을 따돌려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또한 홈플러스도 지난 10월 라면 매출액 순위는 농심 신라면(17%), 팔도 꼬꼬면(9.2%), 농심 올리브짜파게티(8.4%), 삼양 나가사키짬뽕(8.2%) 순이었으나 한 달 뒤인 11월에는 신라면(14.4%), 꼬꼬면(10.9%), 나가사키짬뽕(10.5%), 올리브짜파게티(10.5%) 순으로 나타났다.

출시 이후 반년도 안된 기간동안 하얀국물 열풍의 주역들이 신라면과의 격차를 줄이고 각각 2, 3위를 차지한 것이다. 특히, 꼬꼬면의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꼬꼬면의 지난 8월 매출비중은 3.9%에 불과했으나 한 달 만에 6.8%로 4위권까지 뛰어 올랐으며 지난달인 11월에는 10.9%로 2위를 차지하며 14%를 기록하고 있는 신라면에 한발 더 다가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당장 업계 판도가 뒤집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홈플러스 매출순위 10위권 가운데 5종이 농심 제품으로 여전히 업계 '최강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삼양은 2종, 팔도는 1종, 오뚜기는 2종이었다.

또 농심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라면시장 총 점유율은 농심(67.9%), 삼양(11.5%), 오뚜기(9.8%), 한국야쿠르트(1.8%) 순으로 나타났다. '하얀국물' 열풍 직전 70%에 달했던 점유율과 비교해 소폭 하락했지만 농심의 아성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중형 라면업체 한 관계자는 "판도변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후속제품 출시와 '하얀국물' 열풍을 이어갈 마케팅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며 "2000년대 후반에 들어 웰빙열풍으로 정체됐던 라면시장이 재도약 할 수 있는 계기로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업체마다 사기 '충만'

하얀국물 열풍에 경쟁업체들의 사기도 충만하다. 이들은 농심의 독주체제에 제동을 걸겠다는 중장기적인 로드맵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팔도 관계자는 "한국야쿠르트의 라면과 음료사업부가 팔도로 분사되는 만큼 카테고리 집중관리와 CI 홍보, 그리고 주력제품(꼬꼬면)의 판매활성화를 위한 마케팅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며 "아울러 공장 설립을 통해 라면업계 순위 2위 업체로 올라서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양식품 관계자도 "11월 나가사끼 짬뽕의 판매량은 1700만개에 달했다"며 "지난 8월에는 300만개, 9월 900만개, 10월 1400만개에 이어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뚜기 관계자도 "지난 3~4년 간 라면시장이 정체기였으나 최근 하얀국물 열풍으로 인해 고성장세에 탄력이 붙었다"며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하얀국물 개발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얀국물 열풍을 '트렌드'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농심 역시 1위 수성을 위한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농심 관계자는 "시장상황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펼칠 것"이라며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야쿠르트로부터 독립한 '팔도'에 대한 상장 가능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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