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또 유찰…정부-정유사 '평행선'
알뜰주유소 또 유찰…정부-정유사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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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뜰주유소'에 물량을 공급하기 위한 재입찰에서 정부와 정유사들 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된 채 다시 유찰됐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3사는 8일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가 주관해 단가 계약 방식으로 진행된 재입찰에 참여했지만 낙찰 예정가격보다 높게 제시함으로써 그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달 중순 열린 1차 입찰에서 유찰돼 이날 재입찰이 이뤄졌으나 이미 업계에서는 사업자가 쉽게 선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평행선을 달린 정부와 정유사 간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의 '알뜰주유소 추진계획'에 따라 석유공사와 농협이 대량구매를 대행하는 형식으로 주유소에 싼 값의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것에 어느 정유사도 선뜻 손을 들지 못했다.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국민 고통을 덜어주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나서기에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시장의 논리를 무시한 처사'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현대오일뱅크는 영업손실 보전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들며 아예 입찰 자체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정부와 정유사들 간의 입장 차이 핵심은 낙찰 예정가와 수출 가격의 간극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큰 손해를 보면서까지 수출 물량을 돌려 값싸게 공급하는 것에 정유사들 모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정부의 압박으로 올해 4월 기름값 100원 할인 방침을 세워 큰 손실을 봤는데 다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유사가 자영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기름을 주는 것이 차별이라는 주유업계의 반발에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한국주유소협회와 정유 4사 자영주유소연합회는 지난달 28일 정유 4사를 찾아 알뜰주유소 물량 공급자로 선정되면 주유소 폴을 떼어버리겠다는 강경한 의사를 전달했다.

결국 이런 부담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당근책'이 있어야 했지만 물량 공급자가 떠안아야 할 부담을 상쇄할 만한 혜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예정가격과 수출단가와의 격차를 줄여준다든지 보조금 제공, 전액 현금 결제 등의 혜택을 주지 않고서는 정유사들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름값 인하를 목표로 알뜰주유소 정책을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정유사들과의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입찰이 두차례나 유찰돼 결국 체면만 구기게 됐다.

2차 입찰도 유찰됨에 따라 농협과 석유공사가 정유사별로 수의계약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여 협상 과정에서 물량 공급자가 선정될지 주목된다.

이렇게 되면 공개 입찰보다 높은 가격으로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해 '휘발유를 시중가격보다 ℓ당 70~100원 싸게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계획이 지켜질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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