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경기 '딜레마'…한은, 6개월째 기준금리 동결
물가-경기 '딜레마'…한은, 6개월째 기준금리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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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고(高)물가와 경기둔화 우려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한국은행이 6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전 본회의를 열고 12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올해 기준금리는 3.25%로 마감하게 됐다.

한국은행은 "세계 경제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국내 경제도 성장의 하방위험이 높은 상황"이라며 "최근 국내 경기는 유로지역의 국가채무문제 악화 등에 따라 부분적으로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소비자 물가의 경우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압력 약화 등으로 오름세가 둔화될 것이며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인플레 기대심리의 영향으로 하락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통위의 금리결정에 영향을 미친 키워드는 세가지였다. 고물가, 경기 우려 ,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완화기조 등이다. 현재 국내 물가는 여전히 4%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2%, 기대인플레이션은 4.1%(지수개편 이전 4.6%)로 나타났다.

대외불확실성에 따른 경기둔화위험도 여전하다. 세계 각국이 유로존 해결을 위해 공조하려 하고 있으나 내부 이견 차로 인해 뚜렷한 해결책은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한은에는 부담이다. 태국이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고 중국이 지준율을 50bp 인하, 최근 호주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번 금리동결 결정에 대해 시장에서도 '이미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지난 6일 금융투자협회가 실시한 채권시장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8.7%가 12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점쳤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위험이 있지만 경기둔화 위험이 아직 남아 있어 쉽게 기준금리 인상·인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재정위기가 일부 해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라며 "아시아 국가들이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한은이 견제하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인해 경기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점이 적잖은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가 긍정적으로 전개되고 있어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한 한은의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며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면 한 단계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것이기에 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 무게를 실어준다"고 설명했다. 내년 금리인상은 1분기로 예상했다.

반면 로널드 맨 HSBC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금리를 인하 카드를 사용할 경우 신뢰성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당분간은 연 3.25%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와달리 금리 인하를 전망한 연구원들도 적지 않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중 두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하면서 "결국 경기부양책이 나와야 하는 상황인데 단기적으로는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변 신흥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강화될 경우 한국에서도 금리인하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한 차례 인하를 예상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국내외 금융·경제 위험요인을 면밀히 점검하며 견실한 경제성장과 물가안정기조가 확고히 유지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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