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딴 M&A 승전보…건설사들, 글로벌 '건설리더' 발판
잇딴 M&A 승전보…건설사들, 글로벌 '건설리더' 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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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신경희기자] 해외 플랜트시장이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한 가운데,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社 M&A(인수·합병)를 통해 수주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은 각 프로젝트에 활용되는 기술들을 실현시키고자 타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관계사간 협력체제를 구축해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이전과 달리 초대형 공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데다 발주처가 요구하는 수행경험과 높은 진입장벽때문에 새로운 활로 개척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코건설·두산중공업에 이어 GS건설도 최근 해외업체 인수에 잇따라 성공하며 글로벌 '건설리더'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 GS건설, '이니마' 인수…수처리사업 진출 '본격화'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 16일 스페인 건설기업 OHL(Obrascon Huarte Lain)그룹과 '이니마'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GS건설은 앞으로 세부 인수 절차를 거쳐 이니마 주식 전량(105만 1446주)을 2억3100만 유로(한화 약 3520억원)에 인수해 내년초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또한, 인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내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인데, 이미 상당수 국내 재무적 투자자들이 투자 의향을 내비쳤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이니마는 OHL그룹이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RO(역삼투압방식) 담수플랜트 분야의 세계 10위권 업체다. 담수 시설 뿐 아니라 슬러지(침전물) 건조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으며, 유럽 최대 규모인 하루 384톤의 슬러지 건조 플랜트 시공 및 운영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약 1억3000만유로(한화 약 2000억원)였고, 수주잔고는 2조원을 기록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니마가 가진 RO 담수 분야의 프로젝트 실적을 바탕으로 중동 및 아시아 지역의 대형(10만t) RO 담수프로젝트 수주에 본격 나설 계획"이라며, "이니마가 남미와 북미·유럽·아프리카 등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못한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해 왔기 때문에 GS는 중동과 아시아에 편중된 수주 시장을 미주·유럽·아프리카 등으로 넓히는 한편, 수처리 시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시장에서 이니마의 신규 사업 진출을 도와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RO 담수 시장은 오는 2016년까지 연평균 17%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블루오션 시장으로, 국내 대기업 뿐 아니라 도시바 등 세계적인 기업들까지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며, "이번 인수로 GS의 중동 영업 인프라, 대형 플랜트 수행 경험과 이니마의 현지 영업기반 활용을 통해 수주 경쟁력이 크게 향상, 대형 수처리 사업에서 높은 성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GS건설은 지난 수년간 수처리사업을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RO 담수 플랜트 건설 및 운영 분야 진출을 위해 전략적 제휴·내부역량 강화를 추진해왔으나, 대규모 담수 실적과 운영 수행경험을 요구하는 높은 진입장벽에 막혀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게다가 RO 담수 대규모실적 보유업체가 10여개에 불과한데, 프랑스와 스페인에 집중돼 있었다. 이 중 상위업체들은 GS건설보다 매출규모가 큰 글로벌 업체인지라 인수 자체가 불가능해 인수할 만한 업체를 물색해 오다가, 올해 초 매물로 나온 '이니마' 공개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M&A 시장에서 미국·유럽의 선진 업체 등의 매물이 많지 않지 않는데다, 각 건설사 상황에 맞는 매물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추진하다가 무산된 사례가 적지 않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장은 "원천기술이 쉽게 확보가 안되고, 기술 개발에도 시간이 걸린다"며, "이미 해당 분야에서 특화된 기술을 가진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수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 포스코건설·두산중공업…해외 엔지니어링사 M&A로 사업추진 '날개'

해외건설 시장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한다. 치열한 경쟁 못지않게 발주처가 요구하는 수행경험과 높은 진입장벽때문에 새로운 활로 개척이 어렵다. 초대형 공사인만큼 타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다해도 단독회사가 각 프로젝트에 활용되는 기술들을 실현시키기 어렵다.

또한, 중국 건설업체의 해외진출로 가격경쟁력만으로 승부하기가 어려워졌고, 미국·유럽 등 선진업체를 제치고 수주하기 위해서는 기술 선진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필수가 됐다. 특히, 해외 플랜트 수주 증가에 따라 EPC 방식(설계·구매·시공의 일괄 발주)이 증가해 설계·엔지니어링 기술개발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기술개발이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데다 기본설계를 놓고 외국업체와 대등하게 경쟁할 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한 기술을 가진 해외 엔지니어링사 인수가 지름길로 여겨졌다.

이에 건설사들은 해외 엔지니어링 인력을 보강하는데 힘쓰면서도, 해외 엔지니어링사 인수를 통해 플랜트 수주 경쟁력과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엔지니어링 인력을 둘러싸고 쟁탈전이 일어났을 뿐, 해외 엔지니어링 인수에 있어서는 지지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M&A 시장에 선진 업체 등의 좋은 매물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것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히 검토하는 요인도 작용했지만, 엔지니어링사 인수에 많은 비용과 시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 역시도 많이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은 올해 초 에콰도르 제1의 플랜트 시공업체인 산토스(SANTOS) CMI사와 인수합병(M&A) 계약을 체결하며, 중남미 에너지플랜트 건설시장에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산토스 CMI사 인수를 통해 에콰도르를 포함한 남미시장에 진출한 첫 번째 기업이 됐으며, EPC(설계·조달·시공) 분야에서 보다 향상된 기술력과 전문성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산토스 CMI사는 에콰도르 수도 키토 (Quito)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에콰도르 내 최대 규모의 플랜트 시공업체다. 지난 1994년 설립이래 다양한 시공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중남미 지역 총 18개국에서 130여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으며, 지난해 매출액이 1억7350만 달러(원/달러 환율 1131.5원 기준: 약 1963억원)을 달성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일찍부터 중남미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해 국내 건설사로는 최초로 2006년 칠레·페루 등 중남미 국가에 진출했다"며, "산토스 CMI사 인수를 교두보로 삼아 중남미과 인근 지역으로의 사업영역 확장과 수주 경쟁력 강화에 시너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토스 CMI사의 칠레·멕시코·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 현지 법인을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행착오 없이 중남미 건설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며, "원활한 정보 교류를 통해 중남미 인근 국가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건설에 이어 두산중공업도 올해 초 인도 발전설비업체 'AE&E 첸나이웍스'를 인수했다. AE&E 첸나이 웍스는 인도 남부 첸나이 항구 인근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용 보일러 제조업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도는 매년 25GW(한국 전체 발전용량의 1/3 수준)의 새 발전소가 발주될 예정으로, 이는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발전시장의 40%에 해당될 정도로 큰 시장"이라며, "인수를 통해 수주경쟁력을 확보해, 인도 발전설비 시장을 더욱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진출 거점확보을 확보해 시장 영향력을 강화시키고, 세계 일류의 건설기술 확보하기 위해서는 M&A가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인수자금이 많이 들고, 인력이 빠져나가면 기술력 확보가 어려운데다, 잘 못 인수하면 리스크가 크므로 면밀한 기업분석과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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