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효과'로 위기 돌파, 몰락으로 '위기'
적자 탈출로 턴어라운드…주가는 지지부진
[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의 최근 지지도가 급락하면서 바다 건너 한국의 알앤엘바이오에 불똥이 튀었다.
페리 주지사는 알앤엘바이오의 미국 진출 키워드를 제공하며 주가에 영향을 끼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페리 주지사는 당시 알앤엘바이오 대표를 맡고 있던 라정찬 박사를 초청했다. 류마티스로 심한 통증을 앓아오던 페리 주지사가 알앤엘바이오의 줄기세포치료를 받은 뒤 증세가 호전됐기 때문이다. 그의 치료 사례는 유튜브 등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페리 주지사가 "텍사스주가 성체줄기세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이틀연속 상한가를 맞는 등 주가도 크게 올랐다.
또 페리 주지사가 텍사스의회에 '자가성체줄기세포은행법안'(Senate Bill 7)을 특별세션으로 요청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주가오름세가 본격화 됐다.
지난 8월 미국 신용등급 하락에 이은 금융혼란으로 국내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을 때도 알앤엘바이오는 페리 주지사 효과로 장을 이겨냈다. 페리 주지사가 대권에 도전하며 공화당 경선에 본격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알앤엘바이오의 주가는 현재 6000원대 선을 기록 중이다.
계속된 '페리發' 호재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던 알앤엘바이오의 주가가 이젠 '페리發' 악재에 발목을 잡힐 분위기다.
지난 9일 미시간주 로체스터에서 열린 CNBC 주최 공화당 경선후보 토론회에 출연한 페리 주지사는 공약을 까먹는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다. TV카메라 앞에 선 페리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연방정부 부처 3곳을 없앨 것이다. 상무부, 교육부, 그리고… 음… 세번째가 뭐였더라"라며 무려 53초동안 머뭇거렸다. 세번째 폐지대상 부처는 끝내 기억해내지 못했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실수인 만큼 미 언론들도 대서특필하며 공화당 경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쏟아냈다. 현재 미국에서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페리 주지사를 제치고 공화당의 유망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은 페리의 몰락을 알앤엘바이오의 악재로 해석하고 있다. 14일 장 마감 뒤 알앤엘바이오는 분기보고서를 통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의 276억원에서 457억원으로 67.78%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89억원 적자에서 57억원 흑자로 돌아섰다고 공시했다.
연속 적자에서 벗어났다는 턴어라운드 공시가 뜨자 투자자들은 주가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인터넷의 종목 게시판에서는 "내일이면 드디어 상한가"라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넘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알앤엘바이오는 15일 장중 보합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장 막판 소폭 오르며 전날보다 70원(1.02%) 높은 696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미 텍사스의료위원회가 페리 주지사의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안전성을 우려하고 나서는 등 한계가 있던 호재"라며 "이번 흑자 공시도 1회성 호재인 미국 셀텍스사로부터 받은 기술이전료를 제외한다면 사실상의 적자공시"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