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예탁원 감싸기?…한미FTA 형평성 '논란'
거래소·예탁원 감싸기?…한미FTA 형평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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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예탁원 유보규정…"계급적인 협정문이 된 셈"
농협 등 내국인만 임원 가능…FTA반대 입막음 '의혹'

[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한미FTA의 금융분야 유보규정을 두고 때아닌 '계급'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FTA 협상안에 포함된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의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유보규정에 대해 "시장 보호를 위한 적합한 판단"이라는 옹호설과 "대한민국 1%만 보호하는 계급적 협정문"이라는 비판론이 맞서고 있다.

외교통상부가 공개한 한미FTA협정문에는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의 외국 투자자 소유권 제한 권리는 이번 FTA협상에서 유보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본적으로 한미FTA는 금융시장 개방을 주 내용으로 하지만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은 현행대로 외국인 지분을 제한하는 것을 허용(유보)한다는 내용이다.

각 기관의 기능에 대해서도 유보를 설정했다. 협정문에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만이 대한민국에서 증권 또는 선물 시장을 운용할 수 있다"는 내용과 "증권예탁결제원만이 대한민국에서 발행된 상장 및 비상장 증권의 예탁자로서 또는 대한민국의 증권회사 계정간의 그러한 증권의 이전 매개체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증권예탁결제원 및 한국증권선물거래소만이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상장되거나 거래되는 증권 및 파생상품에 대하여 청산 및 결제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면서 증권관련 핵심 업무에 대한 주권설정을 끝낸 상태다.

그 밖에 "한국주택금융공사, 농업협동조합 및 수산업협동조합의 최고 및 차상급 경영책임자 및 이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이에 대해 외통부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주요 기관에 대한 유보설정을 한 것"이라며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에 대해 비판론이 제기돼고 있다. '88만원세대'의 저자로 알려진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는 8일 트위터를 통해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결제원은 외국으로 소유권 못넘어가게 막아놓았다"며 "FTA 미래유보 리스트가 한국의 권력자 리스트와 딱 일치한다"며 날을 세웠다.

이어 "FTA는 협상 과정의 문제인데 그 내용에 접근할 수 있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집단만이 유보를 받아낸 셈"이라며 "이번 FTA는 계급적인 협정문이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우 교수의 주장은 리트윗(퍼나르기)을 통해 SNS상에서 네티즌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글을 접한 트위터리안들은 "피할 곳이 없는 사람들만 무한경쟁 하라는 얘기"라며 "시장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보호하는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소형증권사 관계자는 "한미FTA는 시장확대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증시에는 분명 호재"라면서도 "협정의 보호를 받고 있는 거래소나 예탁원, 몇몇 탄탄한 대형증권사들은 금융시장이 개방돼도 문제없겠지만 중소형 금융시장은 보호막이 전무한 셈"이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주택금융공사와 농협, 수협 임원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해야 한다는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원성이 높다. 한미FTA으로 농업·수산업 종사자들이 대표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조합에 소위 '당근'을 제공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농협이 한미FTA에 대한 논평을 내지 않는 이유를 이제 알았다"며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300만 농민보다는 자신의 회장자리가 더 소중한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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