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어윤대 "해외銀 인수 적기"…진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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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문제 등 난제 산적…"국내은행 자본력 취약"

[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우리나라 은행에게 상당한 찬스가 왔다"(강만수 회장, 10월 4일 국정감사), "외국은행 인수할 좋은 기회올 것(어윤대 회장, 11월 9일)

최근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잇따라 해외 주요은행에 대한 인수 의사를 밝히고 있어 금융권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일종의 '쇼맨십'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만수 산은지주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국내 은행들이 해외 주요은행을 인수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견을 내놓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해외 주요 은행들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근거다.

어 회장은 지난 9일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이 매각된 것과 유사한 일이 유럽에 생기고 있어 일본계 은행을 중심으로 그런 사례가 많을 것"이라며 "국내 은행도 외국 은행을 인수할 좋은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앞서 강만수 회장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1997년 위기 이후 우리가 돈을 빌리려던 서구 은행들이 현재 우리은행보다 오히려 신용상태가 더 나쁘고 유동성 역시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제는 우리가 해외에 나가서 인수합병(M&A)할 찬스가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유로존 부채위기가 장기화 될 전망인 가운데 유럽계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심상치 않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크레디트스위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16개 유럽 대형 은행들이 보유한 고위험 신용자산(모기지 상품) 규모가 3860억유로(약 590조원)로, 현재 위험국가군으로 분류된 그리스·이탈리아·포루투갈·스페인 국채규모(3390억유로)보다 높은 금액이다.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여름 재정건전성 평가(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9개 은행 외에도 더 많은 은행들이 자본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CEO들이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IMF 연차 총회에 다녀온 후 '국내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금융불안에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내렸다"며 "최근 인수합병 찬스 이야기도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은행들이 해외 주요은행을 인수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제코가 석자'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유럽 은행들의 과도한 리스크 역시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우선 유럽계 은행들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관련한 익스포저(대출)가 많을 수 있어 매물이 나오더라도 인수에 적극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윤대 회장도 이 때문에  매물로 나온 독일 2위 코메르츠은행에 관한 생각을 접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의 취약한 자본력도 문제다. 지난 6월 더뱅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자산 규모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작다. 국내 1위인 우리금융의 기본자산은 158억달러로 세계 79위에 그쳤다. KB금융은 74위, 신한금융은 78위이다.

강만수 회장도 인수합병 기회를 살리기 위한 전제로 "늦더라도 국제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규모의 은행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금융기관은 규모가 너무 적기 때문에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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