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들 "우울증 올까 무섭다"
증권사 직원들 "우울증 올까 무섭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트레스해소 프로그램, 오히려 '압박'
"매일 예탁자산·약정수익률 공개 부담"

[서울파이낸스 장도민기자] "반복되는 증권업계 자살소식에 저희도 우울증 올까 두렵습니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 리테일부문 영업직원의 하소연이다. 올 3분기를 강타한 글로벌 재정위기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 영업점 직원들의 스트레스도 극에 달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실적에 대한 압박과 고객들의 빗발치는 항의, 동종 업계 직원의 연이은 자살 소식 등으로 퇴근 이후에도 마음이 편치 않는다는 푸념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과 언론으로부터 지적받아온 '약정' 문제도 실질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등 업무 부담 역시 전혀 줄지 않고 있다. '약정'이란 각 증권사 지점에 할당되는 수익목표를 각 직원들의 영업 능력별로 나누는 시스템을 말한다.

각 증권사들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스트레스 지수 조사, 정신안정 프로그램 운영, 정신과 전문의 상담 시스템 등 다양한 수단을 도입하고 있지만 오히려 직원들의 숨통만 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리테일영업 11년차 직원은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이 더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좋지 않은 감정이 드러날까봐 숨기기에 더 급급한 게 현실이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은 내부적으로 약간의 강제성을 띄고 있다"며 "차라리 그 시간에 실적을 올리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과도한 실적경쟁이 불완전 판매 등 증권업계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른 중소형 증권사의 투자자문 8년차의 한 직원은 "실적에 따라 몇몇 사원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비공식적으로 여행을 보내주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로 인해 과열 경쟁을 부추기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영업직원들 사이에서는 주식에 관한 지식이 전무하거나 나이가 많아 판단력이 떨어지는 일부 고객들에 대해 투자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자금을 유치하는 불완전 판매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영업직원이 고객의 자금을 일임해 관리하면서 잦은 매매를 통해 수수료를 올리는 경우도 있으며, 고객의 자금으로 파생상품이나 불건전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입는 사례도 매년 심심치 않고 발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파생상품 시장에서 증권사 직원들도 한낱 개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지만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다"며 "하루하루 예탁자산이나 약정 수익률을 공개하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