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권 사회공헌활동, 말로만?
[기자수첩] 금융권 사회공헌활동, 말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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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지난 27일 금융권의 협회장들은 서울 종로구 은행연합회관에서 모여 사회적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자본의 탐욕을 규탄하는 반(反)월가 시위가 국내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친(親)서민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에 기대를 걸었던 금융소비자들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존에 알려진 내용을 취합했을 뿐,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경우 펀드수수료 인하에 대한 안팎의 끊임없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펀드의 '펀'자도 꺼내지 않았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이날 생·손보협회는 고객이 저축성보험 중도 해약시 지급하는 해약환급액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손보업계는 서민우대자동차보험을 출시해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추진중인 사안들을 다시 발표한 것이다. 금융당국 및 생·손보업계는 지난 9월부터 '설계수수료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해약환급률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해 왔으며, 손보업계는 서민우대자보도 각각 출시해 판매해 왔다.

이어 손보업계 사장단은 28일 태평로클럽에서 손해보험 사회공헌협의회의를 가져, 업계 안팎에서는 손보협회가 독자적인 내용의 사회공헌활동을 발표할 것을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이날 손보협회는 "업계 공동으로 서민계층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키로 했다"며 "현재 실무진들이 다각적으로 사업 검토를 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업내용을 확정하고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그냥 열심히 하겠다'는 얘기다.

물론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다. 수수료 인하 논란은 은행권과 카드업계에서 촉발됐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최근 금융권에 대한 따가운 여론에서도 한발 비켜서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보험산업 역시 소비자들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 장기계약이라는 보험의 특수성을 감안해 사회공헌사업에서만큼은 보험사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지 '열심히 하겠다'는 발표만으로는 진정성을 알기 어렵다. 이왕 할 것이라면 보다 구체적인 계획들을 내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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