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고공행진..상승세 `주춤' 불안 여전
물가 고공행진..상승세 `주춤' 불안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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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ㆍ월세난 지속, 환율급등 등 불안요인 산적

물가고(高)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8월에 5% 선까지 뚫으며 치솟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9월 들어 다시 4% 초반으로 떨어졌지만, 심각한 전·월세난과 원·달러 환율급등 등 물가에는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정부의 전망치 4.0%를 뛰어넘어 4% 중반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상승세 한풀 꺾였지만 4% 대 고공행진 지속
통계청이 4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3%로 8월의 5.3%보다는 상승률이 1%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5월 이후 물가의 전년동월대비 상승폭이 점차 확대돼왔는데 이번에는 5.3%에서 4.3%로 상승세가 확연히 꺾였다.

그러나 물가가 안정세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4.3% 상승률은 8월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아도 정부의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4% 수준'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물가는 올해 9개월 연속으로 4%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는 고춧가루 등 일부 농산물과 금반지, 집세 등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고춧가루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배 가까이 올라 가격상승률이 92.6%에 달했다. 이외에도 농축수산물 주요 품목 가운데 돼지고기(23.8%), 쌀(13.8%), 갈치(18.2%), 달걀(16.9%) 등이 많이 올랐다.

금반지도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하강 우려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국제금값 급등 현상으로 인해 36.2%나 급등했다.

기획재정부는 금반지를 제외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3.8% 수준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통계청은 이와 관련, 금의 경우 투자목적의 소비가 많아 금반지가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품목으로서의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금반지를 물가지수 조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통계청은 금반지 대신 브로치 등 다른 장신구를 물가지수 조사품목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월세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월세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집세는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물가상승률을 견인했다.

전세가 1년 전보다 5.4% 오르고 월세는 3.1% 상승하면서 집세는 4.7%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같은 오름폭은 2002년 12월 4.8% 이후 최고치다.

고춧가루, 금반지, 집세를 제외한 농산물과 이동통신료 인하 등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게 정부의 평가다.

채소류 가격은 전달보다 4.3% 하락했고 과실류는 2.9% 떨어졌으며, 이동전화통화료도 8월에 비해 1.4%, 이동전화데이터통화료는 5.1% 각각 하락했다.

기획재정부는 "채소과실류는 추석 이후 수요감소와 기후여건 개선, 출하시기 본격 도래 등으로 공급이 늘면서 물가 안정에 기여했으며, 9월 16일 SK텔레콤의 이동통신요금 기본료 인하와 무료문자 서비스 제공도 물가안정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환율 급등에 연간 물가 4%대 중반 유력
정부는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을 4%로 전망했지만 이미 1~9월 상승률이 4.5%를 기록해 목표 달성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2월까지 그대로 유지된다면 연간 물가 상승률은 4.5% 수준이 예상된다.

정부는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10월에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KT(10월), LG유플러스(11월)의 이동통신요금 인하 등에 따라 10월 물가 상승률은 9월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글로벌 재정위기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다음달 서울·경기의 시내버스와 지하철 요금이 오르는 등 물가 여건은 여전히 불안하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각각 10% 오를 때 소비자물가 상승효과는 0.80%포인트, 0.20%포인트에 이른다. 즉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유가의 4배다.

실제로 세계경제의 침체 우려로 원유 가격이 하락했지만 환율이 오르면서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지난달 8일 배럴당 110.1달러에서 3일 97.4달러로 11.5%(12.7달러) 내렸으나 같은 기간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1천937.9원에서 1천964.5원으로 올랐다.

물가당국의 정책적 여지도 좁아졌다는 점도 문제다. 대외경제 여건의 악화로 성장 둔화가 우려되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경기 둔화로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주요 경제연구기관 가운데 한국은행이 적어도 연말까지는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김중수 한은 총재도 최근 경제에 무리를 주면서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달성하지는 않겠다고 발언했다.

현대증권 박혁수 애널리스트는 "대외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글로벌 정책공조 필요성이 확산될 경우 연내 동결을 넘어 인하 기대도 형성될 것"이라며 "4분기 물가 상승세는 둔화할 것이지만 4% 중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연내 3%대로 내려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0일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을 4.5%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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