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하이닉스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프리즘] 하이닉스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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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 사례 1. 3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지난 2008년 하이닉스 주식을 매입해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9년말 효성이 단독 인수자로 나섰을 때도 지분을 들고 있었고 올해 SK텔레콤 및 STX 인수설에도 주식을 팔지 않았다. 그는 "매각은 되든 안되든 상관없어요. D램 가격 반등 분석이 나왔으니까 실적에 반영되겠죠"라고 말했다.

# 사례 2. 연초 하이닉스 매각설이 시장에 퍼지자 전문가들은 '시너지 없는 합병은 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SK그룹의 기존 사업과 하이닉스는 시너지가 없다"며 인수설을 일축했다. 채권단이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한 이후에도 회의적 시각은 여전했다. 당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마땅한 인수 주체가 없는데 번번히 매각이 무산된 과거와 달라질 게 있는가"라고 말했다.

하이닉스 매각 이슈가 또다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기대감은 점차 가라앉는 분위기다. 

26일 채권단은 매각일정을 11월 초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오전 11시55분 현재 하이닉스는 전거래일보다 300원(1.48%) 오른 2만5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가 지지부진한 매각보다 실적과 업황에 따라 반응하는 모습이다.

이날 구자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D램 업황과 실적은 3분기 바닥권을 예상한다"며 "3분기 실적은 영업적자가 불가피하지만 9월 D램 가격 안정화 이후 4분기에 점직전인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 엄밀히 따져 보면 증권사들은 하이닉스 매각 이슈에 큰 관심을 둬오지 않았다. 증권정보업체인 FN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월 1일부터 27일 현재까지 '하이닉스'라는 이름이 들어간 보고서를 낸 증권사는 총 19개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가운데 6곳은 'SK텔레콤' 종목 보고서에서 하이닉스 인수 영향을 주제로 삼았다는 점이다. 반면 같은기간 증권사들이 내놓은 하이닉스 보고서 제목에서 '매각' 또는 '인수'라는 문구를 쓴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대부분 'D램 가격 급락' '업황 부진' '실적' 등 M&A와 무관한 주제의 보고서였다.  

하이닉스 매각이 연일 시장의 관심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와 하이닉스 주주들은 M&A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는 점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한 증권사 하이닉스 종목 담당 연구원은 "하이닉스는 누가 주인이 되느냐가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물론 대기업이 인수하면 긍정적 효과가 있겠지만 업황에 따른 실적개선 여부가 핵심 변수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는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아 이른바 대표 '국민주'로 꼽히고 있다. 지난 2003년 '전주투신'이라는 대형 개미가 고수익을 거둬 일확천금을 노린 사례도 있지만 국내 2위권 반도체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저평가 인식에 장기투자를 염두한 개인투자자들이 상당수 매입했다. 물론 근래에는 M&A 기대감을 타고 몰려든 개미들도 있을 것이다.

지난 22일 하이닉스는 공장 및 연구개발비 비용으로 자기자본대비 7% 규모인 5750억원 신규 시설투자를 결정했다. 매각을 앞둔 기업이 수천억원 시설투자를 결정하고, 3분기 적자 가능성이 회자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반발도 일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에게 불확실한 '주인찾기'보다 '실적회복이 우선'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하이닉스 결정을 반기고 있다. 이는 하이닉스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다소 해소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하이닉스는 단기 차익실현 위주의 M&A 종목 투자패턴과는 분명 달라 보인다. 하이닉스의 매각 지연으로 안팎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가 지속된다면 하이닉스는 분명 개인투자자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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