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고객 예탁금 부정이용 회계조작 '의혹'
현대증권, 고객 예탁금 부정이용 회계조작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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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수수료·거래내역 조작…프로그램 자체개발?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현대증권이 장기간 고객의 예탁금을 부정 이용해 회계범죄를 저질러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월 일어난 68억원 손실 사건은 단순한 임의매매 사건이 아니라 고객 예탁금과 매매수수료를 이용한 회계범죄 사건이다"라고 폭로했다.

민 위원장에 의하면 사건의 진원지인 국제영업부 시스템트레이딩팀은 차익거래시 손실이 발생할 경우 고객의 예탁금 이용료와 수수료를 조작해 손실을 보전했다. 회사와 고객에게 예탁금 이용료나 매매수수료를 허위로 통보하거나 예탁금의 평균잔고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

이런 회계부정은 지난해 3월 처음 시작돼 1년 6개월 가량 행해졌으며 최근 주가의 폭락으로 손실금액이 보전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나자 사건의 내용이 공개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대증권은 차익거래시 발생한 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거래내역을 조작하는 프로그램까지 자체 개발해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실이 발생해도 거래내역 조작 프로그램을 통해 이득이 난 것처럼 꾸며 고객의 눈을 피했다는 것이다.

민 위원장은 "이 사건이 단순한 직원의 실수나 과오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현대증권 조직구조상 언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예견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해당 부서는 차익거래 매매내역을 국제영업부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는 통제받지 않는 팀이라는 주장이다. 또, 회사 경영진은 이같은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해당 부서의 영업이익이 좋았기에 이를 묵인했다고 주장도 제기됐다.

민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경영진이 고의적으로 방조한 책임이 있고, 스스로 내부통제시스템을 위반했기 때문에 경영진도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경영진이 해당 부서 직원 한 명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증권측은 회계부정 사실에 대해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다. 고객 예탁금이나 매매수수료를 조작했다는 부문에 대해서 현재로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거래내역 조작에 대해서는 "원장은 그대로 있지만 고객에게 보내는 거래내역 보고서가 문제가 된 것이다. 한 직원이 손실이 나자 이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현대증권 노동조합은 금감원에 현대증권에 대한 전면 감사를 요구할 것이며 감사 후 경영진의 범죄사실이 인정되면 경영진을 고발할 방침이다. 또 68억원의 손실금액에 대해서도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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