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가을, 한국건설의 저력 믿는다
'잔인한' 가을, 한국건설의 저력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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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임해중기자] 땡볕이 가시고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하다. 가을걷이를 기다리며 구슬땀을 흘리던 농부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여문 작물을 추수하는 가을잔치의 단맛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업계로서는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반갑지만은 않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을 '칼바람'이 목전에 다가왔다는 위기감에서다.

국내 건설업계는 상반기 PF와 저축은행 사태로 몸살을 앓더니 하반기에는 미국發 금융위기에 휘청거리고 있다.

수주전선의 링거역할을 해오던 해외건설도 직격탄을 맞았다. 환율 리스크가 커지며 수주 텃밭이던 중동에서조차 신흥 강국에 '밥그릇'을 내주고 있다.

내수시장도 한계에 부딪혔다. 7월 종합건설사들의 국내 신규수주 실적은 6조3540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8% 감소한 수치로 그만큼 물량 가뭄에 시달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가계부채가 국내경제 뇌관으로 부상하며 민간발주 위축이 심화된 탓이다. 주택구매력이 현저히 떨어져 분양시장도 얼어붙었다. 여기에 정부의 예산 쥐어짜기로 공공물량이 줄어들자 돈 나올 구멍이 모두 막혔다.

대형 악재들이 연이어 겹치자 급기야 건설업계는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 대형건설사들도 유동성 위기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동부건설은 1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와 1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발행했다.

현대건설도 4%대 발행 금리에 3년과 5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을 발행하며 자금조달에 나섰다. 건설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대형건설사들로 위기감이 확산된 결과다.

올 상반기까지 상위 50개 건설사 가운데 13개사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만큼 자금사정이 어려웠던 것이다. 내년 부도 우려가 있는 업체도 10여곳이 넘는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좋은 소식은 없다. 가을을 목전에 두고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은 이유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경영상황이 어려울수록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내수시장에서는 수익성을 따져 과감하게 사업을 정리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해외시장에서도 중동지역에서 벗어나 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물론 이같은 노력이 단기간에 열매를 맺긴 힘들다. 하지만 가을잔치를 접고 주린 배를 조금 더 참는다면 기지개를 켤 날이 올 것이다. 위기에 강한 한국건설의 저력이 내년 가을걷이의 씨앗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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