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삼성의 이건희, 이건희의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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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기자] 지난달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을 중심으로 한 범(凡)현대가의 1조원대 '통 큰' 기부로 촉발된 국내 재벌기업들의 사회공헌 및 공익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단연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인물이 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다. 이 회장의 경우 말 한마디와 몸짓 하나까지 메스컴에 소개될 정도로 국민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을 IT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삼성전자의 대표라는 점에서 '이건희'라는 이름 세글자가 갖는 무게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애플에 스티브잡스가 있다면 삼성에 이건희가 있다'는 말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말을 살짝 바꿔 '이건희의 삼성'이라고 하면 의미가 사뭇 달라진다. 삼성이 이 회장의 종속변수로 들어갈 경우 이 회장의 이미지가 삼성에 덧칠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 회장의 과거 행적과 면면을 살펴보면 긍정보다는 부정적 이미지에 더 가깝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삼성이라는 간판 외에 '대한민국 대표부자'이면서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부자'로 꼽히고 있지만, '존경받는 대표부자'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 언론에 따르면 설문조사 대상의 90%가 이 회장을 '한국의 대표부자'로 꼽았지만, 이 가운데 존경할만한 부자로 이건희를 꼽은 사람은 20%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이 회장을 존경할 만하다고 꼽은 사람들은 대다수가 "국내 경제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라고 응답해 사실상 국내 1위 대기업 오너로서의 업적평가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투자의 달인'에 불과했던 워런 버핏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전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수십조원의 '통 큰'기부를 통해 '거부'라는 부정적 이미를 희석시킨 셈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여전히 '재벌'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수사에서 밝혀진 1조원 규모의 차명재산 환원에 대한 약속도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삼성측은 선진국 모범사례를 연구해 새로운 형태의 기부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시간이 지체되면서 차명재산이 기부금 마련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이 회장에 대한 이같은 부정적 평가는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른바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생긴 것도 여론을 등한시 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 일가의 무소불위 '경제 권력'에서 파생됐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1등 공신이지만 여전히 수많은 시민단체와 국민들이 '반(反)삼성'을 외치고 있는 것이나, 이 회장 일가에 대한 반감이 삼성제품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론, 세계 어느 곳에도 '완벽한'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역시 기부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배구조와 적극적인 공익사업으로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기업과 CEO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최근 세계적인 IT 업황부진 및 애플과의 소송전 등으로 '삼성의 위기'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때문에 근래 이 회장이 가장 크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도 '소프트웨어'라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IT파워의 무게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시프트되고 있다는 인식의 발로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의 핵심은 기업과 소비자간 '감성적 교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업 브랜드와 이미지가 곧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얘기다. 

기업과 조직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에서나 통했던 경영구도와 조직문화에서 탈피하지 못할 경우 '삼성의 이건희'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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