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값 인상, 결국 소비자만 '봉'
우유값 인상, 결국 소비자만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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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원유값 인상 폭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던 낙농가와 우유업체가 극적으로 '리터당 130원+α 인상'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 가격은 리터당 400원 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게 됐다.

사실 원유값이 오를수 있다는 건 소비자들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전국적으로 몰아닥친 구제역 파동이나 사료 값 폭등, 이상 기후 등으로 우유 생산량이 15%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낙농가들은 원유가 인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원유공급 중단이라는 극단적 처방까지 내렸다. 다행이 우유대란은 없었지만 '먹거리'를 내세워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구나 원유 생산량과 가격은 제과업 등 타 업종으로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가뜩이나 물가부담에 허덕이는 가계사정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수년째 원유가격이 동결돼 온 상황에서 생산량까지 감소했다는 점에서 낙농가의 고충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생떼 전략'를 또다시 반복했다는 점은 낙농가로서도 곱씹어볼 문제다.      

이번 사태는 무엇보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양측의 견해차가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처음부터 현실성 없는 중재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는 지난 3일 원유중단 사태가 발생하고서야 부랴부랴 130원 인상이라는 중재안을 제시하며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눈앞의 사태 해결에 급급한 나머지 또다른 문제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2등급 원유에 인센티브를 붙인 것.

정부는 산유랑 증가 등 낙농가를 위한 결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로서는 낮은 품질의 원유가 공급될 여지가 높아졌다. 이번 협상을 놓고 '국민들을 볼모로 낙농가와 우유업체만 잇속을 차린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이다.

매번 반복되는 협상과정에서 결국 국민은 '봉'이었고 '소비자 권리'는 번번이 묵살됐다. 근거를 찾기 어려운 원유가격 인상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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