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은행이 낙폭장의 '구원투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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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기자]주식시장이 공황상태로 치닫자 국민연금이 또다시 '구원투수'로 나섰다.

최근 폭락장에서만 수천억원의 뭉칫돈을 투입하며 금융당국의 '등판' 요청에 화답하는 모습이다. 1~2조원이 추가로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국민연금은 말 그대로 국민 노후생활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 국민의 혈세로 조성되는 국민연금과 달리,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는 물론 기관·외국인투자자 등 '그들만의 리그'에 국한된다. 주식시장의 리스크를 국민들에게 전가시킨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최근에는 국내 시중은행들이 이같은 논란에 가세하고 있다.

앞서 국민은행은 무려 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자회사인 KB자산운용에 위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금융투자협회를 비롯해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코스콤, 한국증권금융 등 증권 유관기관들이 조성키로 한 '증시안정펀드'와 같은 규모이다.

하나은행 역시 3000억원 규모로 주식매입 절차에 착수했으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주식투자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경쟁사와 비교해 유휴자금이 많다는 점, 그리고 모회사인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점이 발빠른 행보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국민은행은 지난 7월 자사주 매각을 통해 2조원에 가까운 자금여력이 생겼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으며, 하나은행은 올초 채권발행 및 유상증자 등을 통해 5조원에 달하는 외환은행 인수자금을 마련했지만 '론스타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의 경우 엄연히 '주식회사'라는 점에서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의 주된 책무가 자금중개 및 불특정 다수의 예금보호라는 측면에서는 논란의 여지는 남는다. 

은행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예금보호법에 따라 '혈세'가 투입된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구원투수' 논란과도 맥이 닿아 있다.  

물론 이들 은행의 바램대로 주식투자가 높은 수익률로 연결된다면 그 과실은 주주들에게 돌아가게 되며, 어윤대 KB금융 회장과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스타 CEO'로 주목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경영진의 성급한 판단이 수천억원대 자본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만 하더라도 대다수 은행들은 안전하다고 믿었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입기도 했다.

특히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던 우리은행은 무려 2조원의 손실을 입고 또다시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다. 경영진의 '성과 욕심'이 자초한 참담한 결과였다.

이번 금융불안이 장기적인 공황사태로 이어질지, 단기 쇼크에 지나지 않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로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남다른 투자감각을 과시하고 싶다면 자사주 매입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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