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C제일銀 勞使의 '치킨게임'
[기자수첩] SC제일銀 勞使의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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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개인성과급제 도입을 둘러싼 SC제일은행의 노사대치 국면이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치킨게임'이란 두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 핸들을 꺾는 사람이 패(敗)하는 경기룰에서 유래된 극단적 성격의 게임이론 가운데 하나이다.

핸들을 꺾는 쪽, 즉 대치상황에서 '항복'을 선언한 사람은 '치킨(겁쟁이)' 취급을 받게 되며, 물러서는 쪽이 없을 경우 '공멸'로 치닫게 된다.

SC제일은행 노사의 최근 행보 역시 '치킨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난 6월27일 시작된 SC제일은행 노조의 파업사태는 이미 5주째를 넘기며 은행권 최장기 파업이란 오명을 썼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강원도 속초에 '둥지'를 틀어 귀족노조의 '휴양파업'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사측 역시 노조측과 협상에 실패하자 전체 영업점의 10%인 42곳을 문닫는 초강수를 두며 '고객불편을 방조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후 리차드힐 은행장과 김재율 노조위원장이 직접 협상에 나서기도 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채 협상은 번번이 결렬됐다. 오히려 "일정만 공개하고 왜 참석하지 않았냐", "왜 언론에 먼저 공개했냐"는 등의 낯뜨거운 신경전만 오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SC제일은행의 노사대립이 단순한 입장차를 넘어 '신뢰'와 '자존심' 문제로까지 번졌다는 점이다.  현재 개별 노조의 상급 단체인 금융노조는 SC제일은행 노조를 후선에서 지원하고 있다. 개인 성과급제가 도입되면 노동조합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사측 역시 모(母)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 노사대립이 영국계 금융사인 스탠다드차타드와 금융노조와의 '문화적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어느 한쪽이 완전히 '망가져야' 대립구도도 막을 내릴 수 있다는 극단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SC제일은행 내부에서는 노조원인 정규직과 비(非)노조원인 비정규직간 노노(勞勞)갈등이 촉발된 데 이어 일부 노조원은 '생계'를 이유로 업무에 복귀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사측 역시 장기파업에 따른 이미지 훼손으로 고객이탈 현상이 심화될 조짐이다.

양측의 극단적인 대치상황이 몰고올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높다. 이번 파업사태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금융시장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미 금융노조는 9월 총파업을 예고했으며, 사측은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단계는 여기까지"라고 못박으며 파업사태을 관망하고 있다. 어느쪽에서도 미래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SC제일은행 사내 게시판에는 "연봉 8000만원짜리 '벌레'들도, 자기들 배 채우기 바쁜 은행도 정말 역겹다"는 글이 올라와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이번 파업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SC제일은행 고객들의 시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철저히 '이익집단'으로 변질된 노조와 한국시장에서의 '토착화'를 거부하고 있는 사측의 이같은 '치킨게임'이 계속될 경우 종착역은 '공멸'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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