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재앙은 이제 시작일 뿐
물의 재앙은 이제 시작일 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이 집중호우 사흘 만에 완전히 초토화된 꼴을 보였다.

봉사활동을 떠났던 대학생들은 춘천의 한 펜션에서 흙더미에 깔려 떼죽음을 당했다. 서울 노른자위 땅에서는 산자락이 무너지며 밀려든 토사에 아파트가 3층까지 토사로 덮이는 참담한 몰골을 드러냈다. 마치 개발과 성장에 목매단 현재의 우리를 조롱하는 모습만 같다.

28일 현재 사망자가 무려 42명에 실종자도 10명이란다. 그 소식 뒤끝으로 지난 6월 수출이 사상 최대요, 경상수지는 16개월째 흑자라는 뉴스가 나오는 게 헛웃음을 짓게 한다.

하루 강수량이 평균 600mm, 경기도 양주의 경우 700mm에 이르렀다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피해를 온전히 피해가기는 어려운 재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과연 그게 원인의 전부일까.

서울의 수해지역 사진에는 예외 없이 역류하는 하수구들이 잡힌다. 일시에 쏟아 붓듯 내리는 빗물이 갈 곳이 없어 위로 솟구치고 있는 것이다. 나날이 도로의 포장은 늘어나고 늘어나는 아파트의 빈 땅들도 포장이 더해진다. 땅이 스스로 물을 머금는 기능을 우리 스스로 막아놓은 것이다.

산등성이까지 깎아 길을 닦고 집을 짓다보니 산은 폭우 앞에 무너져 내리고 넓어져만 가는 골프장은 수목을 뽑아내고 민둥산이 잔디밭으로 조성해놔 언제 토사를 쏟아낼지 불안감을 키운다. 늪지는 사라지고 자연하천은 좁아져만 가니 흙은 힘을 잃고 물을 길을 잃는다.

하수처리는 자연의 하천을 이용하던 옛 지혜를 다 팽개치고 예상 강수량에 맞춰 수로를 멋대로 재단해왔다. 문제는 예상 강수량의 그 예상이 10년 앞, 100년 앞을 내다본 예상이 아니라 지난 100년의 평균 강수량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지난 100년의 최고 강수량을 기준 삼았다 하더라도 계속 변하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 앞에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을 내다보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옛사람들의 지혜만 생각해봤다면 그렇게 얄팍한 계산을 앞세우지는 않았을 듯하다.

옛사람들은 계산이 부족해서 10~20만 명이 살 한양의 하수로 청계천을 그리 깊게 팠을까. 그 때는 지금의 서울에 비해 산도 도심 깊숙이 내려왔고 녹지도 풍부했다. 그런데도 그처럼 깊이 수로를 판 것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기상 이변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겠는가.

기업을 경영할 때도 늘 일정 정도의 예비비는 계상해둬야 한다.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은 개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닌 것이다.

하물며 그 변화의 폭을 짐작하기 어려운 자연의 힘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여분의 준비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한 치의 여분도 낭비라는 듯 산을 중턱까지 깎아 집짓고 길 내고 물길은 땅에 스밀 여지를 막은 채 콘크리트 관 속으로 몰아넣으니 계산을 조금만 넘은 강수량에도 도로는 역류하는 물살에 졸지에 수상도시로 전락한다.

나무 한그루 심는 것도 십년지계, 즉 10년을 내다보는 일이라 했다. 그 나무와 돌과 흙과 물길을 바로 해야 하는 치수는 얼마를 내다보는 일이어야 할까.

그만한 미래를 내다보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못하겠다. 다만 올해 이만한 강수량을 기록했으면 적어도 그 이후에는 다시 그만한 강수량에 도시 기능의 상당부분이 마비되고 참담하게 목숨을 잃는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

기록에 없는 사태가 처음 벌어지면 이변이라고 한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그건 결코 이변이 아니다. 그때는 모든 국토계획, 설계가 변화된 사태에 맞춰져 재편돼야 한다.

흙 한번 밟을 일없이 자연과는 멀어져만 가는 것을 발전이라 여기며 그런 첨단 도시가 갈수록 넓어져만 가는 이즈음에 그 첨단 도시 한 복판이 토사에 휩쓸리고 역류하는 하수로 물바다를 이룬다. 그래서인지 이번 비피해를 보며 “자연의 응징”이라는 이들을 적잖이 만나게 된다.

지구적인 기상 변화는 그 전 기간이 몇 백 년이 될지 모른다. 그러니 아직은 그 변화의 초입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자연의 변화 앞에 제발 겸손해지자. 우리보다 앞서 산업사회를 경험한 1세계인들이 왜 자꾸 자연친화적인 도시를 향해 가는지도 생각해가면서.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