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금융팀] 하나은행의 역사는 김승유 회장의 경력 그 자체다. 작은 단자회사로 시작한 하나금융이 보람·충청·서울은행을 인수해 4대 금융지주사의 하나로 급성장해온 배경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많은 이들이 '하나금융=김승유'란 등식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다. 김 회장은 금융지주사 회장 중 3연임에 안착한 유일한 인물이다. 자산의 임기가 첫 사례가 될 ‘경영진 임기 70세 제한’이라는 카드를 내놓은 것은 그의 경영철학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최근 그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희미해졌다. 뜻밖의 암초에 걸려 지연되고 있는 외환은행 인수 탓이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외환은행 인수승인이 나기를 바랄 뿐"이라는 바람을 말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나가지만 감독당국의 지지부진함에 막혀 외환은행 인수는 난항을 겪고 있다. 그는 평소 "승인은 감독 당국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너무 끌 수는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만큼 외환은행 인수는 김 회장과 하나금융에 있어 절대적인 과제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0조원에 약간 못 미치는 총자산 규모를 갖고 있다. 다른 세 곳에 비해 100조원 이상 뒤처지는 4위다. 하지만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한금융을 제치고 단번에 3위에 올라서는데다가 세계은행 순위에서도 100위권에 진입하게 된다.
외환은행 인수는 올해를 ‘글로벌 톱 50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원년’으로 삼겠다는 김 회장의 신년사를 이루기 위해서도 반드시 선결돼야 할 소망이다.
김 회장은 연초 "외환은행의 인수를 통해 국내와 해외시장에서 리더로서 활동할 수 있는 강한 인적, 물적 자산과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되고, 이를 통해 우리의 꿈을 한층 더 앞당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글로벌 톱 50 금융그룹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일을 하는 지를 분석해서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는 해가 되자"고 임직원에게 강조했다.
또 시장의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은 '산업 간의 컨버전스(Convergence)' 흐름도 하나금융이 계속 선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다른 산업, 다른 분야와 융합할 수 있는 유연하고 개방적인 사고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그룹이 출범한 이래, 비록 서로의 출발점은 달랐더라도 21세기 초우량 금융정보 서비스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열정과 꿈은 하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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