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관행, 전문성 그리고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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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주식워런트증권(ELW) 매매 관련 스캘퍼(초단타 매매자)에게 전용선 등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12개 증권사 사장이 불구속 기소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를 접한 투자자들은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리그'니까 가능한 건가요?"라는 식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ELW 뿐만 아니라 최근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조작 혐의, 홈트레이딩 시스템(HTS) 보안사고 등 일련의 상황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이번 ELW 검찰 수사에서 관행과 전문성, 그리고 신뢰는 구별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증권사들은 ELW 매매 관련 스캘퍼에 전용선 제공은 외국 시장에서 이미 통용되고 있는 '관행'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사회에서 관행이라는 의미가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이를 보면 증권사들의 단어 선택에 '미스'가 있었다. 투자자들은 관행이란 말에 더욱 발끈한 측면도 없지 않다.

더욱이 관행을 증권사가 만들었기 때문에 관행에 대한 공감도 그들만의 집단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한 투자자 의심까지 증권사들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전문성과 관행은 차이가 난다. 증권사들이 공유한 전문성 영역에 대해서 전문성이 갖춰지지 않은 채 판단의 기준을 갖다 대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문제가 된 스캘퍼 수익 구조, 전용선을 통한 주문 속도 등 모두 전문적인 사안이다. 여기에까지 투자자들이 '의심스럽다'는 감정적 판단을 대입할 여지는 없다.

문제가 된 증권사 스캘퍼 ELW 거래가 투자자들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부당 이익을 챙겼다면 얼마나인가란 수치가 쟁점의 기준이 돼야한다.

스캘퍼가 전문적 투자자인 만큼 어느 기준까지 일반투자자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지, 편법과 전문성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먼저 따져볼 일이다.

이번 사안으로 증권사의 신뢰는 분명히 크게 훼손됐다. 증권사들은 지금껏 관행이라고 이름 붙여진 모든 것들을 재고해 볼 때다. 하지만 증권사가 전문성의 집단인 것도 투자자들은 다시 생각할 때다.

증권사와 투자자들의 신뢰는 관행과 전문성의 간극을 좁힐 때 다시 생겨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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