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세계대전 어쩌나
특허 세계대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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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 이웃나라들과 거푸 영토분쟁을 일으키며 장기적인 영토 확장을 꿈꾸는 사이에 미국의 IT업체들은 안팎으로 잇단 특허분쟁을 야기하며 세계시장을 들쑤시고 있다.

그 선두주자는 애플이다. 그러나 실속을 챙기는 쪽으로는 구글이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애플이 이번에 한건 제대로 올렸다. 미 특허청이 애플의 ‘다기능 휴대용 단말기의 터치스크린에 관한 핵심 기술’을 인정했다고 외신들이 요란하게 보도했다. 특허가 인정된 핵심기술이라는 것이 ‘n-손가락’로 불리는 화면 확대기술이라고 한다. 즉, 두 개 이상의 손가락을 화면에 대고 벌려주면 화면이 손가락의 정전기를 따라 확대되는 것이라 한다.

이로써 애플은 터치스크린 모바일 단말기를 제공하는 경쟁사들을 심각한 고민에 빠트렸다. HTC, 모토로라, RIM 등 해외기업들은 물론이고 세계 휴대폰 시장의 강자로 자부해온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물론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정전기식 기술 대신 감압식 터치스크린 기술을 선호했기에 당장 애플의 특허 영향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단 애플의 n- 손가락 기술이 편의성 측면에서 감압식 기술을 앞서 갈 것으로 보여 장기적으로는 애플의 기술 특허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애플은 노키아가 스마트폰에서 아이폰의 특허를 침범했다고 고소했다가 노키아의 휴대전화 관련 특허를 침범했다는 노키아 측의 맞고소를 당해 결과적으로는 고개를 숙이게 됐다. 양측은 라이선스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지만 내용으로 보자면 애플이 노키아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기로 한 것이다.

애플은 현재 삼성전자와도 분쟁 중이다. 이 경우도 애플이 먼저 아이폰의 인터페이스를 삼성전자가 표절했다고 고소했으나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기술을 도용했다고 애플을 맞고소한 상태여서 애플-노키아 맞고소 건과 흡사하다.

이처럼 애플이 여기저기 경쟁사들을 고소하느라 체력소모를 하는 사이에 구글은 부도난 통신장비회사 노텔의 특허 수천 건을 일괄 인수할 가장 유력한 후보 기업이 되어 숱한 글로벌 IT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미 법원에 이의를 제기해 놓았고 HP, 노키아, 모토로라모빌리티 등도 깊은 우려와 함께 MS에 동조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노텔의 특허는 6천건이나 되며 그 가운데는 무선비디오, 와이파이, LTE 이동통신데이터기술 등이 포함돼 있다.

구글의 특허 대량 인수를 MS 등이 법적으로 대응하려 드는 근거는 구글이 이제까지 이런 특허들을 무료로 공개해 왔기 때문이다. 로열티를 받거나 사용료를 받는 데 관심이 없고 심지어 특허와 관련해 먼저 고소하는 일도 별로 없어 ‘천사기업’이라는 찬사까지 받고 있다.

물론 구글이 천사여서는 아닐 터이고 단지 수익을 주로 광고에서 올리는 구글 입장에서는 특허를 빨리 퍼트려 이용자를 늘리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특허권과 저작권 보호에 매우 민감한 데다 특허권 로열티가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여타 IT 기업들의 반발이 거센 만큼 미 법무부가 어떤 조사결과를 내놓을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을 듯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이처럼 전 세계 시장은 특허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 머잖아 본격적인 특허 대전으로 발전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n-손가락 기술 같이 미국 기업들은 대체로 포괄적인 기반기술의 특허에 관심을 쏟는다.

이에 비해 한국기업들의 특허 건수는 근래 급격히 늘었지만 아직 기반기술 확보가 미미한데다 포괄적인 기술 특허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이제는 특허도 양보다 질이 중요한 단계에 이른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당장 상품 몇 개 더 파는 데서 나아가 부가가치 높은 포괄적 특허를 어떻게 확보해 나갈 것인지에 관심을 더 키워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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