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임기 4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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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와대에서 공직사회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판단을 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한다는 보도들이 나온다. 그 사례들도 언론을 통해 줄줄이 드러내 보이고 있다.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라고 할 때 흔히 부정부패, 복지부동, 무사안일 등이 거론된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동시에 나타나기 보다는 그 발생에 선후가 존재한다.

대체로 권력형 부정부패가 아닌 공직자 사회의 부정부패, 무사안일은 사회적 변동이 멈출 때 나타난다. 하나의 권력이 끝나가면서 새로운 변화가 예상될 때는 복지부동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 두 부류의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권력을 넘어 그 토대가 되는 사회가 이미 내적 변화를 멈추고 정체되는 가운데 권력 변동이 예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럴 때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뒤에는 권력형 비리가 숨어있을 가능성도 커진다.

어떻든 지금은 현직 대통령 임기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다음 권력이 누구 손으로 넘어가든 공직사회는 그 향배에만 관심을 쏟을 뿐 현재의 권력이 발동하려는 모든 권력에는 비교적 둔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러니 집권 후반기의 대통령으로서는 그 누가 됐든 공직사회에 분통이 터질 법하다. 그래서 대체로 이 무렵에 공직기강 문제가 거의 반복적으로 거론되곤 한다.

공직사회의 기강 문제는 언제라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집권 초반기에는 새로운 권력에 적응하려는 공직사회의 긴장감 때문에 문제가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이러던 공직사회가 갑자기 등 돌리는 모습에 당혹감을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집권자가 이런 변화를 느끼는 시기가 그 일의 정당성을 떠나 국민과의 소통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집권기간 내내 잠잠하다가 집권 말기에, 차기 대선을 1년여 남긴 시점에 새삼 공직사회 기강을 문제 삼는 권력이 국민 대중의 눈에 그리 좋게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집권 말기라 함은 다음 정권에서, 혹은 역사에서 자신의 집권기간이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지에 대해 겸손한 자세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때임을 말한다. 이때 갑자기 무슨 일인가를 서둘러 하려 드는 모습은 곱게 보이기 어렵다.

예로부터 선비는 배나무 밑을 지날 때 갓끈을 바로 매지 않으며 참외밭을 지날 때 짚신을 고쳐 신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명예를 더럽히지 않으려면 괜스레 오해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지금 정부는 공직사회 기강문제 뿐만이 아니라 서둘러 은행민영화를 추진한다거니, 저축은행이며 건설회사 구조조정을 들먹인다거니 부산하다. 이런 모습을 보며 뒷전에서는 이쪽저쪽에서 눈치보다 뒤늦게 줄 대려는 사람 많겠다는 등 비아냥댈 사람도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사례는 예전에도 본 적이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민 시선은 아랑곳없이 권력 눈치보기에 바쁜 공직사회가 골칫거리인 것은 분명하고 언제라도 해이해진 기강은 바로 잡는 게 맞다. 그러나 정권 말기에 권력누수가 발생한다고 새삼스레 기강 운운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치는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미 집권초기부터 국민과의 소통에 문제가 많은 정권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들어온 터이니 이제와서 새삼 소통을 강조하는 것도 별 의미는 없을 터이다. 다만 집권 마무리를 제대로 하려면 그동안 손대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를 자꾸 들쑤실 것이 아니라 진행하던 일을 제대로 끝마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합당하다. 새삼스레 무언가를 하려 해도 이미 차기 권력의 향배에만 관심이 쏠려있는 공직사회를 이끌며 일을 해낼 힘이 남아있질 않을 것이다.

이쯤에서 집권 초반 촛불시위 현장에서 나왔던 ‘아무 것도 하지 마라’라는 구호야말로 제대로 들려주고 싶은 충고가 아닐까 싶다. 새로 일을 벌여 차기 정권에 부담을 주는 짓은 안하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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