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투기 심리 부추겨 부동산 경기 살린다?
[기자수첩]투기 심리 부추겨 부동산 경기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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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승연기자] 전국 4496㎢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중 절반 정도인 2154㎢가 31일부터 허가구역에서 풀린다.

정부는 해제 이유로 땅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굳이 묶어둘 필요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물론 규제완화 차원에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의 이면에 부동산경기 견인을 위한 정책적 판단이 깔려있다는 점을 모르는 이는 없어 보인다.

정부의 기대대로 땅 거래가 늘면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에 긍정적 요소가 될 것은 당연하다. 관련 업계가 정부 방침을 환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문제는 부동산 투기 재연에 따른 대비가 충분치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토지시장은 휘발성이 강해 불이 한번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이번 규제 완화로 그간 잠잠했던 투기 심리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주택시장보다 토지시장에 '큰손'이 몰렸던 점을 감안하면 이런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게 사실이다.

실제 그동안 허가구역에서 풀린 지역 대부분은 외지인에게 땅이 넘어갔다. 충북 음성군의 경우 2004년 9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뒤 거래된 땅의 60%를 서울 등에서 온 외지인이 사들였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이른바 큰손들이다. 땅 거래로 거둘 수 있는 프리미엄이 큰 폭 상승했다는 판단이 투기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여기에 투기 수요가 없다고 하나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는 만큼 투기 심리는 언제든지 불붙을 수 있다.

물론 정부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투기세력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땅값이 상승하는 지역에 대해 허가구역 재지정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무리하게 부동산 시장과 건설경기 부양을 되풀이하다 부작용을 일으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실물경제의 회복이 없는 과도한 부동산 부양책과 규제완화는 투기 악순환을 불러올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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