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매각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리금융 매각 최악의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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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가 5개월 만에 새로이 우리금융 매각방안을 발표하자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즉각 산은의 메가뱅크화를 내세우며 인수 참여의사를 밝혔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고는 며칠 잠잠한가 싶던 움직임이 23, 24일 갑자기 부산해졌다. 이번에는 공자위 대신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던지고 강만수 회장이 받는 구도다.

23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기자들을 만나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에 대해 “시장에 맡기고 선입견을 갖지 말자”고 말하고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우리금융 인수 의사를 밝힌데 대해 산은이 국책은행임을 지적하는 여론을 의식, 강만수 회장이 “국책은행을 벗어나려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화답하듯 24일에는 강만수 회장이 지난 17일 산은 직원 650여명을 모아놓고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듀얼뱅크 체제로 가겠다고 구조조정 가능성으로 불안한 직원들을 달래려 밝혔던 내용을 보도자료로 내보내며 인수 분위기를 끌고 간다. 그는 지난 2000년 다이이치간교은행, 후지은행, 니혼고쿄은행 등 3개 은행이 합병해 일본 2위의 금융그룹으로 탄생한 미즈호 금융그룹이 미즈호라는 같은 이름 아래 3개의 법인체로 독립, 경영되는 사례를 들어 우리금융 인수 후 산은의 미래 그림을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시적이었지만 이런 사례는 있었다.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합병한 후 2개의 행명을 유지하며 3년간 공동경영을 한 바 있다. 그래서 일시에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었을지 모르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전례에 불과하다.

불안하기로는 우리은행 직원들이 가장 심할 터이지만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0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정부의 민영화 방안이 실현되면 우리금융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이니 “대고객 응대와 영업력 향상 등 맡은 업무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모든 그림이 미리 입을 맞춘 듯 짜임새를 갖추고 진행되고 있는 인상을 준다.

한 은행 중견간부는 “김석동, 강만수, 이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미 청와대에서 얘기 끝났다는 뜻”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그러니 반대 여론이 웬만큼 거세다고 물러서거나 내용을 바꾸거나 할 가능성은 없다고 장담한다.

현재 우리금융 인수에 뜻을 내비친 곳은 산은뿐이다. 그것도 매우 적극적이다. 산은은 유보금과 회사채, 전환사채, 우선주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일괄 인수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새로운 매각방안이 은행, 증권, 보험 등 모든 부문의 일괄 매각이어서 사실상 국내에서 여기 뛰어들 여력을 가진 다른 금융자본은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산은의 우리금융 인수는 이미 정부가 정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듯하다. 한반도 대운하가 막히니 4대강 살리기로 선회했듯 이미 작정한 일은 그야말로 ‘불도저’로 밀 듯 밀어붙일 기세다.물론 반대 여론이 만만치는 않다.

금융권 밖의 여론은 차치하고 금융권 내의 시선도 다분히 비판적이다. 금융노조를 비롯해 우리금융, 산업은행 노조는 이미 ‘관치금융 철폐 및 메가뱅크 저지 결의대회’를 열었고 강행하면 대투쟁에 돌입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은행 대형화가 곧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한다.

산업은행 내의 반응은 일단 시큰둥해 보인다. 필자가 만난 간부는 ‘그거, 가능하겠어요?’라는 냉소마저 보인다. 산업은행 민영화가 물 건너갔듯 우리은행 인사도 그렇게 떠들썩하다 끝날 가능성이 더 크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당장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할 때는 지분의 95% 이상을 보유하도록 한 금융지주회사법의 시행령부터 완화해야 하고 갈 길이 먼데 이미 정권말기적 증후를 보이는 이 정부가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그런데 노조는 지금 관치금융 우려를 얘기하지만 오히려 메가뱅크 산은의 해외매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을까. 정권 말기라지만 이 정부가 차기 정권이 발을 빼기도 곤란한 지경까지 일을 끌어다 놓을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리금융 인수를 통해 산업은행에 소매금융이 강화되면 대외 매각조건이 더 유리해질 것이고 그렇게 산은 민영화까지 밀어붙일 가능성. 물론 시간적으로 봐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도 없게 하는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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