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급등에 실질소득 2분기 연속 줄어
물가 급등에 실질소득 2분기 연속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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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구입비 8.4% 늘었지만 소비량 2.7% 감소
적자가구 비율 증가폭, 저소득층이 가장 커

물가가 치솟으면서 가계의 살림살이도 팍팍해졌다.

1분기 소비자물가가 4.5% 오른 여파로 가계의 실질소득이 0.9% 줄면서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흑자 규모도 2분기째 감소했다.

소비지출도 명목상 4.3% 늘었으나 실질 기준으로는 0.7% 증가에 그쳐 소비량은 그대로였지만 지갑만 얇아진 셈이다. 특히 식품 구입비는 8.4% 증가했으나 실질 지출은 2.7% 줄어 덜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적자를 본 가구가 5년 만에 가장 많은 가운데 저소득층의 증가 폭이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흑자액 1.9% 줄어..2분기 연속 감소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은 물가 급등에 따라 실질소득이 2분기째 감소세를 이어간 것이 특징이다. 실질소득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1.2%로 5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올해 1분기에도 -0.9%에 머물렀다.

지난해 4분기의 실질소득 감소는 추석이 3분기로 옮겨진 영향도 있었지만 1분기에는 전적으로 물가 영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내총소득(GDI) 성장률이 27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명목 기준으로는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385만8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명목소득은 2009년 3분기 이후 6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경상소득은 4.5% 늘었으나 사적이전소득(가족 간 용돈) 등으로 이뤄진 비경상소득은 14.0% 줄었다.

경상소득 가운데 근로소득(5.3%)과 사업소득(2.4%)은 수출 호조와 고용 확대 등에 따라 증가했으며 보육료와 의료비 지원 등 정부의 복지지출이 증가하면서 이전소득도 3.3% 늘었다.

소득보다 지출이 더 빨리 늘면서 가계수지는 나빠졌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값인 흑자액은 1분기에 월평균 68만2천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9% 줄었다. 흑자액은 지난해 4분기에도 2.5% 줄어 2분기 연속 감소했다.

저축능력을 보여주는 흑자율(흑자액/처분가능소득*100)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포인트 하락한 21.8%를 기록했다. 흑자율은 3분기째 하락했다.


◇물가상승.가계부채, 가계지출에 직격탄
석유와 원자재,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의 가파른 상승이 가계의 소비지출 구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소비지출은 명목상 전년 동기보다 4.3% 증가했지만, 실질 기준으로는 0.7% 늘어나는데 그쳤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질적 소비수준은 제자리에 머물렀다는 얘기다.

품목별로 보면 물가 상승 여파 때문에 소비를 쉽게 줄이기 어려운 생활필수품이나 석유관련 지출이 많이 늘어난 반면 오락·문화 등 여가생활과 관련된 지출은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라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8.4% 증가했다. 하지만 실질 기준으로는 2.7% 감소해 지출 금액은 늘었으나 실질 소비량은 줄었음을 보여준다.

과일 및 과일 가공품, 채소 및 채소 가공품은 명목 기준으로 각각 8.6%, 17.4%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실질 기준으로는 -17.8%, -0.8% 감소했다.

통신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가운데 스마트폰 보급이 대중화하면서 통신장비 지출은 무려 40.1% 증가했다.

유가 급등이 소비지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교통 지출이 11.5% 늘어나 3분기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가운데 항목별로 자동차 구입(29.7%), 운송기구연료비(10.2%)가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전기료, 도시가스비 인상의 여파로 주거·수도·광열 지출이 3.9% 증가했다. 1분기 한파가 덮쳐 가전·가정용기기 지출이 늘어나는 바람에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도 8.5% 증가했다.

반면 운동 및 오락서비스(-4.9%) 서적(-4.6%) 단체여행비(-1.9%) 등 오락·문화 지출 증가율은 -0.3%로 8분기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식사비(-1.0%) 등 음식·숙박 지출(-0.6%)도 5분기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물가가 올라 불요불급한 지출은 줄인 결과로 풀이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던 교육비 지출이 작년 4분기(-0.5%)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3.0% 줄어 두 분기 연속 감소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조세와 사회보험료 등을 포함한 비소비지출은 소비지출(4.3%)보다 높은 6.1% 증가율을 기록해 고물가 때문에 가뜩이나 힘든 가계의 지출 부담을 키웠다.

소득세·자동차세 등 경상조세와 등록세, 상속세 등 비경상조세는 각각 전년 동기보다 12.5%, 35.8% 증가했고, 연금지출과 사회보험 지출은 5.6%, 8.7% 늘었다.

개인부채가 작년 말 90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빠르게 늘어난 여파 때문에 가계의 이자 지출도 월 8만1천300원으로 11.7% 늘어나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1분위계층 적자가구 비율 증가폭 가장 커
지난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 중 적자가구 비율은 30.5%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1%보다 소폭 상승했다. 이 같은 적자가구 비율은 2006년 1분기(30.5%) 이후 최고치다.

지난 1분기의 분위별 적자가구 비율은 소득 최하위층인 1분위가 62%, 2분위 36.5%, 3분위 25.8%, 4분위 17.6%, 5분위 10.6%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가구 비율이 감소한 계층은 4분위와 5분위뿐이었다.

4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지난해 1분기보다 0.2%포인트 줄었고, 5분위는 0.8%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소득 최하위층인 1분위는 3.5%포인트가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으며, 2분위는 2.0%포인트, 3분위 2.4%포인트 늘었다.

소득분배를 나타내는 지표인 균등화 가처분소득 5분위 배율은 5.66으로 지난해 1분기 5.82에 비해 낮아져 불평등도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기준 5분위 배율은 2006년 5.52배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 1분기 가계소득은 5분위별로 비슷하게 증가했지만, 소비지출 증가율은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는 소득이 2.4% 늘었고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계층은 2.1% 증가했다.

1분위는 정부의 서민·중산층에 대한 보육료·의료비 지원 등에 따라 이전소득(13.2%)을 중심으로 소득이 늘었으며 5분위는 근로소득(4.4%)과 사업소득(7.1%)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소비지출은 1분위(6.8%)와 2분위(11.2%)의 증가 폭이 3~5분위의 증가 폭(0.6~4.3%)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1·2분위는 식료품·비주류음료(9.9%, 11.6%), 가정·가사(34.8%, 38.7%) 등을 중심으로 지출이 늘었으나 3분위는 보건(18.6%), 4분위는 의류·신발(12.8%), 5분위는 교통(12.2%) 등을 중심으로 지출이 늘었다.

처분가능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로 1분위가 0.3% 증가했으며 5분위는 1.5% 늘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인 평균소비성향은 1분위가 143.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포인트 상승했지만, 5분위는 61.0%로 0.6%포인트 하락했다.

1분위를 뺀 나머지 계층의 가계는 모두 흑자를 기록했으며 소득이 높아질수록 흑자액도 커졌다. 흑자액은 1분위가 -38만원, 2분위 2만7천원, 3분위 43만6천원, 4분위 87만6천원, 5분위 244만8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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