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의 정치력
금융위의 정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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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에서 단물 다 빼먹은 론스타는 한국을 뜨려 하고 하나은행은 외환은행을 합병해 규모를 키우려 했다. 이제까지 보인 그림은 그랬다.

그런데 외환은행 매각이 계속 지연되면서 지금 하나은행은 속이 타고 론스타는 마지막 단물을 마저 빨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새로운 해석이 나온다. 물론 서로 걸려있는 약점들이 많은 양측은 일단 매각협상 시한 연장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결과적으로 어느 쪽에 더 이익이 쏠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해석은 구구각각이다. 얽히고설킨 가닥을 풀어내기가 만만찮은 상황이 돼버렸다.

그런데 평소에 발휘되지 말아야 할 일에 곧잘 정치력을 발휘하던 금융위원회는 지금 지극히 무력한 모습만 보인다. 스스로의 문제 때문에 제 코가 석자인 금융위의 처지로 보나 정권 후반기의 레임덕 조짐에 발동된 관료들의 보신주의로 보나 일이 빠른 시일 내에 풀리기는 글렀나 싶기도 하다.

외환은행과 외환카드의 합병 당시 론스타코리아가 ‘허위 감자설’을 유포한 혐의에 대해 대법원 사실상 유죄를 인정한 셈이어서 일단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주가조작 혐의를 론스타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반대의견도 있다.

게다가 처음부터 꾸준히 의심받아온 론스타의 자금 출처 문제에 대해 특수 관계인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사실은 몇몇 금융위원들도 인정하고 있다. 론스타의 여러 펀드 중 외환은행에 투자한 펀드에는 미국의 공적연금도 들어 있다는 얘기가 나돌아 론스타 인수 당시의 여러 풀리지 않는 의문이 다시 제기되며 불평등한 한미관계가 다시 도마에 오를 수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금융위로서는 충분한 고민거리였는데 이번에는 외환은행 주주인 DBS은행이 싱가포르 법원에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함으로써 국제 소송까지 발생했다. 싱가포르 법원이 론스타의 주가 조작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리면 한국의 금융당국도 이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다. 그러니 서둘러 결정을 내려야 할지, 싱가포르 법원 결정을 기다려봐야 할지 고민거리가 더 늘었다.

실상 외환은행 매각문제는 정치권에서나 관료사회에서나 건드리기 매우 위험한 시한폭탄일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해외매각에 이르는 과정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외환은행 문제에는 관련자들은 저마다의 입장에서 다른 소리를 내고 있어 어느 쪽에든 상처 없는 해법을 찾아내기 지난한 상황에 이르렀다.

금융위는 스스로의 문제로 인해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심사할 정신도 없어 보인다. 이번엔 금융위원 자격 논란까지 불거졌다. 외환은행 인수 당시부터 론스타와 관계를 맺어온 김&장 법률사무소 출신이 금융위원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밖에서 아우성들이다. 인터넷 상에서도 갑론을박 논쟁이 뜨겁다.

지난 2월부터 반대투쟁 중인 노조는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를 반대하는 명분은 여러 가지다. 핵심적인 반대 명분은 이익만 챙겨 떠나려는 소위 론스타의 ‘먹튀’를 하나은행이 도와주는 꼴인데다 론스타측이 한껏 높인 인수가격을 맞추기 위해 또 다른 해외 사모펀드 자금까지 끌어들임으로써 현재의 사태가 재연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그런 해외 자금이 하나은행 자체 조성 자금보다 월등히 많다는 점에서 우려가 단순한 기우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노조 입장을 이해하는 네티즌도 많지만 한편에서는 외환은행 노조가 이기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또 다시 외국 자본에 외환은행을 넘기지 않도록 하나은행의 인수를 받아들이라는 요구다. 시간 끌수록 론스타는 고배당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챙겨가고 외환은행은 빈껍데기만 남을 것이라는 우려다.

이럴 때 금융위가 한 번 제대로 된 정치력을 발휘했으면 싶다. 정권을 보고 하지 말고 진정으로 한국의 미래, 한국금융의 발전을 위한 정치력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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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riz 2011-05-20 12:02:30
론스타의 불법행위에 대한 엄중 처벌로써 이땅의 정의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을 뿐더러 대한민국의 금융질서가 바로 잡히지 않겠는가? 정치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대체 법이 왜 필요한가? 법대로 원칙대로 순리있게 해결해야 한다.. 정치력을 발휘하여 범법자에게 면죄부를 주고자하는 행위는 론스타가 바라는 사항으로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inuriz 2011-05-20 12:01:39
조속히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은행법대로 초과지분에 대하여 강제 매각명령을 내려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