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공 정보의 곡면
정부 제공 정보의 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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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 라덴의 최후 순간을 둘러싼 정보 제공자 미 행정부의 말 뒤집기가 그 의도를 둘러싸고 또 다른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무장한 빈 라덴이 젊은 아내를 인간 방패로 삼고 극렬 저항하다 사살됐다는 미국 정부의 첫 발표, 그리고 인터넷과 독립미디어 등에서 제기되는 의문의 행렬, 이에 단 하루 만에 빈 라덴은 비무장 상태였으며 아내를 인간방패로 삼지도 않았다고 스스로 발표 내용을 정정하는 미국 정부. 계속 늘어가는 의심에 서둘러 발표 내용을 일부 정정했지만 세계 언론에서는 계속 미국 정부 발표와 무관한 이런저런 뉴스들을 쏟아낸다.

미국은 사살 당일 그의 시신을 수장시켜 버렸다. 그리고는 사진도 공개하지 않아 그의 죽음이 사실이 아니라고 의심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떠돌게 한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그런 의심에 심하게 훼손된 그의 시신이 사진으로 공개될 경우 이슬람권의 반미 정서를 더 자극할 우려가 있어서라 사진 공개는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미 체포된 상태로 12살짜리 딸이 지켜보는 그 자리에서 사살된 빈 라덴의 시신이 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사진 공개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무기도 없었다는데, 그렇다고 크게 저항한 것도 아니라는 데, 체포된 후 현장 사살을 하면서 얼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훼손됐다면 그건 머리에 대고 총을 쏘는 소위 보복 처형의 방식으로 죽였다는 얘기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아마도 그랬다면 이슬람권만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심지어는 지금 환호하고 있는 미국인들 가운데서도 미국의 행동이 과잉 보복이라 여기는 이들이 늘지 않을까 싶다. 그의 죽음을 애도해서가 아니라 지나친 보복이 불러올 피의 악순환을 두려워하는 미국인들이 늘 수도 있을 듯하다.

어떻든 그것은 일단 남의 나라 얘기라고 치고 조금 밀쳐두자. 정부가 국민들에게 걸러낸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종종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가 몸소 실천해 보여준 점에 감사하면서.

그런데 이런 멀쩡한 사례를 두고도 많은 수의 대중은 종종 ‘설마...’를 되뇌며 정부의 발표를 일단은 믿고 본다. 정부 발표를 안 믿는다는 한국의 대중들 역시 대다수의 정부 발표는 그래도 의심없이 믿어준다. 메이저 언론들이 앞장서서 정부 발표의 신뢰성을 보증해주고 나서니까.

그래서 우리나라를 건너 있는 중국까지 일본 방사능에 몸 사릴 때도 한국은 표면상 걱정 붙들어 맨 상태였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물론 애들이 비 한 방울이라도 맞을세라 노심초사하는 엄마들이 하교시간 무렵 갑자기 하늘이 조금만 어두워질라 치면 득달같이 우산 들고 뛰기 바쁜 줄은 정보를 틀어쥐었다고 믿는 정부만 모른다.

청정 식료품 전문 매장에서는 느닷없이 소금을 특판 세일하고 나서지만 정부는 그런 발 빠른 영업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산물 쳐다보는 주부들의 눈길이 싸늘해져도 그런 주부들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국민들에게 왜곡된, 혹은 정제된 정보를 안기며 스스로도 속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 그렇게 집권당 듣기 좋은 여론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선거 결과는 딴판으로 나온다.

말썽이 긴 농협전산망은 검찰에 의해 졸지에 북한의 사이버테러로 둔갑했지만 그 증거라는 게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참으로 하품 나오는 수준인 모양이다. 물론 ‘결정적 증거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부분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고 빠져나갈 구멍도 마련했지만 통일부는 ‘우리 사회에 대한 도발’이라면서도 ‘지금으로서는 북측에 항의서한을 보낼 계획은 없다’고 한다.

이런 모든 현상들이 한국의 메이저 언론은 자만심 가득한 허풍선이거나 무뇌아라는 반증은 아닐지 모르겠다. 도무지 궁금한 것도, 의심나는 것도 없이 정부 발표 내용을 뻥튀기하기에만 급급한 미디어를 과연 ‘언론’이라고 품격 있게 불러줘도 되는 일인지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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