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한 중산층, 절망하는 저소득층
실망한 중산층, 절망하는 저소득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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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참패로 드러난 4.27 재보선 결과가 발표된 같은 날, 각종 매체는 그 원인으로 양극화의 심화, 중산층의 몰락 등 경제적인 문제들을 주로 꼽았다. 그러나 그런 분석보다 더 극명하게 선거 결과와 원인을 대변해주는 두 종류의 기사가 같은 날 선보였다.

한국은행 보고서를 인용한 심각한 가계부채 실태 보도가 그 하나라면 또 하나는 경제지 한곳에서 자체 조사 결과를 분석해 실은 기사로 국민 10명 중 7명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조차 못 갖는다는 내용이다.

가계부채 실태는 부채규모 자체보다도 부채상환능력이 계속 떨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지난해 가계빚의 총 규모는 937조3000억원에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46%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물론 가계부채가 우리만 안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미국(120%), 일본(110.7%)은 우리보다 낮지만 영국은 161.7%로 우리보다도 높다.

그런데 영국은 최고 170%까지 이르던 가계부채 비율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인데 비해 한국은 2006년 134%, 2007년 136%, 2008년 139%, 2009년 143%에 이어 146%까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2011년에 이 비율이 낮아질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전체적인 가계부채도 심각하지만 특히 하위 20%인 저소득층의 부채문제는 아찔한 수준이다. 가계부채 규모가 소득의 608%라니 그런 상황에서 가족이 붕괴되지 않고 유지되는 자체가 신기해 보일 지경이다. 원금상환의 길은 갈수록 멀어져가고 아직은 지탱되고 있는 그 가족의 유대마저 조만간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저소득층만 문제도 아니다. 이번 선거 판도에 큰 역할을 한 게 바로 중산층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안정적인 중산층이지만 그들의 동향은 종종 선거판에 파란을 몰고 오기도 한다. 소위 이변을 낳았다는 역대 선거는 바로 그 중산층 민심의 변화로부터 시작되곤 했던 것이다.

그런 중산층이 지금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 중산층의 몰락이 가속화되는 현상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 주된 원인이 한국의 중산층을 중산층일 수 있게 만들었던 부동산, 보다 직접적으로는 살고 있는 아파트 한 채인데 그 아파트가 점차 애물단지처럼 여겨지게 됐다는 점에서 그 비극성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이상론으로 보자면 집은 살기 위한 공간이지 재산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우리는 부동산 불패신화 속에 재산형성의 제1 순위로 ‘내집 마련’에 돌입해 아파트 한 채 지니면 그때부터 여타의 저축에 눈 돌릴 여유를 얻어왔다.

그러던 부동산 불패신화가 이제 깨지고 있다. 5년 이상 보유자라면 모를까 그 이하 보유자라면 현재 많은 경우 최고가에 아파트를 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앉아서 고스란히 재산이 축나는 꼴을 보는 심정도 안타까울 터다.

그보다 문제는 그 비싼 아파트를 전액 현금주고 샀을 리 없다는 점이다. 그 정도 돈 있는 국민은 그야말로 1~2% 안에 드는 이들 밖에 없을 터다. 그동안 으레 그래왔듯 전세금에 조금 더 모은 돈 보태고 한도껏 대출받아 무리하게 샀을 터이다. 그러니 가격이 떨어진다고 쉽사리 손해 보며 팔기도 어려워 끌어안고는 있는데 그러자니 빚 감당에 허덕일 수밖에 없을 터다. 이런 딜레마때문에 적정 가격 형성은 곤란을 겪고 부동산 거래는 더욱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젊은 청춘들은 취업도 어렵고 간신히 잡은 첫 직장은 급여도, 미래도 예전처럼 안정적이질 못하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이미 인생의 고비를 겪어본 세대들과 달리 태어나면서부터 편안하게 성장해온 젊은 세대들은 나이든 세대보다 더 빠르게 체념과 포기를 익혀가고 있다. 이런 모습 속에 우리 사회의 미래를 무슨 색으로 그려갈 수 있을까. 의석 몇 개 오가는 것보다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정치를 훗날에라도 보게 될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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