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지도를 만들자
개인사업자 지도를 만들자
  • 홍승희
  • 승인 2004.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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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음식점 업주들이 불황으로 인한 줄도산에 대한 정부 지원대책을 요구하며 서울 도심에서 항의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개인사업자들이 불황을 이유로 집단 시위를 벌이는 모양이 낯선 한편으로는 오죽하면 저럴까 싶은 마음들도 뉴스를 보며 갖게 됐던 성 싶다. 그동안 사업에 서툰 사람들마저도 뭐니뭐니 해도 음식장사가 남는 장사라고 믿어왔던 터라 그런 이들에게 지금의 불황의 깊이를 이보다 더 실감나게 보여줄 수는 없을 듯 싶기도 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IMF구제금융을 받아야했던 시기 전후로부터 시작된 명예퇴직이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대량 실직의 바람으로 직장을 잃고 다시 될돌아갈 길마저 찾기 어려웠던 많은 이들이 소규모 장사라도 하자고 나서며 가장 많이 뛰어든 것이 음식장사였으니 그 과당경쟁의 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점도 감안해 봐야 한다. 물론 상당수 서민들이 소비여력을 상실한 탓에 우선 손쉽게 외식부터 생활비를 줄여나가는 여파가 1차적으로 음식점 업계의 불황으로 나타났겠으나 지금과 같은 과당경쟁만 아니라면 그래도 견디기가 다소 나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현상이 비단 음식점 업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뭔가가 적은 밑천으로 장사가 좀 된다 소문나면 우르르 몰려들어 한꺼번에 뛰어들므로 해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함께 주루룩 문닫고 물러서는 일들이 그동안 일상처럼 반복되곤 했다. 그 과정에서 한두번 실패를 겪고나면 그나마 몇푼 있던 여유자금마저 바닥이 나고 갈수록 생활수준은 하향세를 치닫는 사례들이 주변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그러나 특별히 자립할만한 기술도 없이 어정쩡한 나이에 직장에서 밀려나온 이들로서는 여전히 뒷바라지가 필요한 자식들과 더불어 생활을 영위할 앞날이 걱정스러워 조바심치다보면 그토록 소문에 매달려 쫒아다니며 몰락을 향해 가기 십상이다. 소득없이 마냥 손놓고 지낼 수도 없다보니 결국 살던 집마저 저당 잡혀 장사밑천을 삼고 또다시 도전에 나서지만 성공 못지않게 실패를 겪게 되는 비율도 높기 마련이다.
이쯤에서 금융기관들이 서민들에게는 갑자기 아득한 권력처럼 비쳐지기 시작한다. 소득원이 불분명한 개인들의 담보대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설사 대출된다 해도 담보인정 비율이 낮다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부족분을 채우려 사채로 발길을 돌리게도 되고 종내에는 헤어나오기 어려운 빚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조금이라도 부동산 거품이 일 가능성이 있다면 금융기관들로서는 부동산 담보 대출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게다가 말이 좋아 신용대출이지 신규 사업자들에게 사업전망을 보고 신용대출을 해줄 어떤 근거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질적인 신용대출이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어설프게 개인사업자들을 지원할 방도도 없고 서민경제에 직접적 혜택을 줄 정책적 수단을 찾기도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개인사업자들이 어떤 업종, 어떤 사업에 지금 뛰어들어도 괜찮을지를 판단할 가이드가 필요할 것이다. 적어도 적정 경쟁상태인지, 과당경쟁 상태인지를 알아볼 기초 자료는 마련돼야겠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업종별 사업자 분포도, 밀집도와 경쟁 정도 등을 가늠해 볼 자료를 제공할 창구만 마련된다면 그 자료를 만드는 일은 그다지 어려울게 없을 듯하다. 사업허가 실태 자료는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매일 업데이트 받도록 시스템화하고 인구수, 인구 성격 등을 고려해 산출된 적정 사업자 수준에 견주어보면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그 사업내용에 따라 신용대출이 가능한지 아닌지 가려보기 용이해질 것이다.
신용평가기관들도 대기업 신용평가 못지않게 금융기관들에게 제공될 이같은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에 나설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자료 취득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이런 창구를 만들어 가장 빈번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관은 아무래도 금융기관일 듯 싶다. 그런만큼 금융기관 공동 출자 신용평가기관들이 실무를 맡는게 적합할 성 싶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문어 제다리 뜯듯 개인사업에 뛰어든 이들끼리 과당경쟁으로 사업 여력을 소진하고 몰락하는 서민가계는 줄어들 것이고 이야말로 민생경제의 출발점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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