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 은행vs건설株 시소게임 촉발하나
배드뱅크, 은행vs건설株 시소게임 촉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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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배드뱅크 설립 추진 발표 뒤 건설 0.42% ↑, 은행 3.43% ↓
"중견 건설사 등은 리스크 분산효과 누리겠지만 은행주는 악재"

[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봄이 온 줄 알았더니 갑자기 눈발이 날린다. 여의도 벚꽃길은 꽃향기를 날리며 봄을 알렸지만 강원도는 대설주의보까지 발령되며 겨울이 끝나지 않았음을 실감케 했다.

증권가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 도입된 IFRS(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실적 기대감으로 주가상승을 예상하던 은행주였지만 18일 건설업종 PF사태에 따른 '배드뱅크' 설립이 발표되자 3.43% 하락했다. 반면 건설주는 0.42% 반등했다.

4월에 눈을 맞은 곳은 은행업종뿐만 아니다. 이날 증권과 보험업종도 PF 대출채권 부실우려로 각각 2,16%, 1.92% 씩 하락했다.

이제 증권가는 건설업종과 은행·증권·보험업종이 '배드뱅크'를 중간에 두고 한 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 쪽이 내려가는 시소게임을 벌이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배드뱅크'란 부실채권이나 부실자산을 사들여 이자를 줄여주거나 상환기간을 늘려줌으로써 자산건정성을 보호하는 기관을 말한다. 당국은 지난 2004년 급증한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기 위해 '배드뱅크' 프로그램을 일시적으로 운영한 적이 있다. 민간기관으로는 시중 6개 은행이 출자해 만든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있으며 공공기관으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표적인 '배드뱅크'다.

현재 운영 중인 배드뱅크가 추가로 부실채권을 매입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가운데 이번 PF부실채권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민간 PF '배드뱅크' 설립이 추진되는 것이다.

'PF 배드뱅크'는 은행권 출자방식(일부는 건설사 참여 가능)의 10조원 규모로 설립될 전망이다. 유암코가 1조5000억원 구모의 분할납입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과 비교한다면 훨씬 덩치가 크다.

전문가들은 '배드뱅크'의 설립이 추진되면서 중견건설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진단했다.

강광숙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소형건설사 유동성위기설로 인해 주가 동반 급락했으나 배드뱅크 설립 추진으로 상황이 반전됐다"며 "PF부실채권의 만기도래 리스크가 분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자회사를 포함한 PF 리스크가 큰 업체의 주가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그 뒤 건설사 구조조정에 이미 주가가 둔감해진 대형사보다 중견업체가 수혜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은행업종은 타격이 심각하다. JP모간증권은 "'배드뱅크' 운영에 참여하는 은행들이 손실을 어느 시점에 떠안게 될지가 불명확하다"며 "은행주들은 PF 및 구제방법 등과 관련된 시스템 리스크가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조정압력에 시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이치증권도 "투자자들이 PF 처리방법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은행주 투자심리에 부정적"이라며 "그러나 '배드뱅크'영향이 현실화될 때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은행주들은 지난 2009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을 나타내고 있다"며 "지난해 각종 악재를 견딘 은행업종들의 내구성을 생각한다면 조정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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