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뉴타운 정책의 교훈
실패한 뉴타운 정책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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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의욕적으로 내놓았던 강북 뉴타운사업이 햇수로 10년째인 올해 전면 재검토 내지 해제 쪽으로 결론 났다. 뉴타운사업은 해당지역 주민은 물론 수많은 무주택자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져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큰 도움을 줬지만 이제 집권 후반기로 접어든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을 심화시키는 요소가 돼 버렸다.

이 정책은 처음 발표 당시에도 이미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었지만 이미 실패로 결론 난 현재에 이르러서 다시 한 번 실패의 원인이 다각도로 분석돼 나오고 있다. 현 오세훈 서울시장은 뉴타운 사업의 새로운 방향으로 ‘휴먼타운’을 들고 나섬으로써 기존 뉴타운사업의 문제점을 일부 지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마스터플랜 부재, 포퓰리즘의 산물, 부동산경기 추락, 주민 이기주의, 낮은 재정착률 등을 지적한 분석기사도 나타난다.

그 모든 말들이 틀린 것은 없다. 그럼에도 핵심적인 무언가가 빠져있다는 허전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아마도 장기적인 사회 변화에 대한 전망 부재, 다양한 사회적 환경 요인 간에 작용하는 상호 영향에 대한 종합적 인식 결여일 것이다.

한 단위별로 자기 틀 안에서만 세상을 평가하고 다분히 즉흥적으로 정책이라는 것을 제각각 만들어낼 뿐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며 종합적인 사전 검토 위에 장기적 비전을 실현할 국가 백년대계의 정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물론 국가의 장기적 비전에는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의 비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국가 백년대계를 이끌어갈 국가 리더십은 대통령 일개인에게만 의존해서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비전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각 분야의 협력과 사회 변화를 종합적으로 보기 위한 연구 노력이 필수적 요소다.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의 임기는 5년에 불과하다. 그 기간 동안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장기적인 사회적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이 현실화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감독을 할 수는 있지만 고작해야 거기까지 뿐이다.

행정부 장관은 물론 대통령의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장관들은 또한 각 부처의 역사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다. 100%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각 부처의 업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선택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장관들 중에도 관련 부처 업무의 외곽에 있던 이들인 경우 퇴임하고 나면 몇 년씩 자신들의 장관 재직시절을 곱씹어 보며 자신이 물 위의 기름방울에 불과했다는 자각을 하는 이들 얘기를 심심찮게 듣게 된다. 그들은 자신이 퇴임하고 나서 보면 재임 중 추진했던 개혁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 것을 발견하고 허무함을 토로한다.

그러니 한 부처에서 오래 묵은 공무원들은 스스로 행정부의 주인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장관은 이미 정치인이고 때가 되면 떠나가지만 행정부 공무원들 스스로는 터주대감이라는 자부심을 무언중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집권자에게만 돌리는 일은 매우 무책임하고 비겁한 일이다. 그들은 당장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듯 보이는 집권세력의 의지를 무력화시킬 실질적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쇼맨십에, 포퓰리즘에 스스로 동조하고 협력했다면 그 부역의 혐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공무원이 스스로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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