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운용보고서 '너무 어렵다'… 쉽게 못 쓰나
펀드운용보고서 '너무 어렵다'… 쉽게 못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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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버핏 "누이를 염두 해 두고 작성했다"

[서울파이낸스 전종헌 기자]"특히, 금융은 일반 국민과 매우 밀접한 분야인데도 '쉽게 쓰기' 위한 체계적인 움직임이 없어 금융소비자나 투자자의 불만이 높습니다."

송경철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어려운 펀드운용보고서를 빗대어 한 말이다.

펀드운용보고서가 어렵다는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용어, 표현 및 문장 등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투자자 "어려워서 안 읽는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펀드운용보고서가 금융 소비자 및 투자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신한BNP 파리바 자산운용이 최근 펀드운용보고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투자자들이 자산운용보고서를 잘 읽지 않는 이유로 '내용이 어렵기 때문'이란 대답이 전체 응답자의 65.2%로 조사됐다.

펀드운용보고서를 받아서 읽지 않았다는 응답도 34.5%로 집계됐다. 보고서를 1주일 이내 버린다는 비율도 47.8%로 집계돼 펀드운용보고서에 대한 투자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펀드운용보고서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펀드운용보고서를 읽지 않는 비율이 47.7%로 나타났고 이 중 '어려워서 읽지 않는다'는 답변이 49.6%에 달했다. 읽었지만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답변도 29.2%로 조사됐다.

◇운용사마저 '어렵다' 자성....개선 추진

'투자의 귀재'로 유명한 워런 버핏은 미국증권거래위원회가 1998년 발간한 '쉬운 영어 핸드북'의 서문에서 펀드운용보고서를 "누이를 염두 해 두고 작성했다"고 말했다.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펀드운용사에서도 펀드운용보고서가 어렵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업계에서 그나마 투자자를 배려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 펀드운용사에서 나온 성토라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래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투자를 늘려 좀 더 운용보고서를 쉽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의 얘기는 현재 업계의 펀드운용보고서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방증한다.

시장의 여파가 크지만 주식형펀드 순유출이 18일째(11일 기준) 지속되고 있는 것을 놓고 어려운 펀드운용보고서가 일정부문 일조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건상 금융투자협회 부회장은 "투자자들의 펀드시장 이탈은 일차적으로 시장의 영향이 크지만 공급자 편의 위주로 작성된 금융보고서도 투자자의 불신을 초래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펀드운용보고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하기 위한 노력은 시도됐다. 투자자의 관심도가 낮고 중요하지 않은 정보는 양을 줄이는 등 개선 작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펀드운용사 한 관계자는 "외래어 등도 가능하면 쉽게 풀어쓰라고 매니저들한테 계속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클래스가 세분화돼 있고 전문 용어가 있다 보니 일반인들이 딱 보고 이해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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