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왜 방사능 위험 축소하나
정부, 왜 방사능 위험 축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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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해 촉촉이 내리는 봄비는 축복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3월11일 강도 9.0의 일본 대지진과 그로 인한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사고로 봄비가 국민들에게 축복 대신 엄청난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 한 달도 채 안 된 4월7일 다시 일본에 진도 7.4의 지진이 발생하고 원전의 전원이 일부 끊기는 사고까지 발생하자 그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는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상청장을 내세워 방사능이 한반도로 유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일단 한반도 일부 지역에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등이 검출되자 이번에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을 앞세워 미량이 검출돼 인체에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설득한다.

정부는 대체 왜 이러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일단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의심을 따라가 보자.

우선 현재 한반도에 내리는 방사성 물질이 미량이라고 인정하더라도 방사성 물질의 특성상 체내에 장기간 체류할 수밖에 없다. 일본 원전에서 배출된 것으로 알려진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의 반감기는 30년, 요오드-131의 반감기는 7일, 스트론튬-90의 반감기는 27.7년이라고 한다. 즉, 체내 유입된 방사능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기간이 최장 30년이라는 얘기다. 이런 방사능이 1회 유입되고 그치면 정부 발표대로 인체에 별 해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여러 차례 누적될 경우 그 피해에 대해서는 정부 어느 기관에서도 입을 다물고 있다.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지경으로 잠잠하다.

또 하나, 방사능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정부 발표가 미덥지 않은 이유다. 중국 정부 발표로는 현재 중국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지만 특히 중국에서 검출되는 방사능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봄철 황사는 올해의 경우 진짜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그걸 떠나서도 중국에서까지 수십 군데에서 방사능 검출이 확인되고 있는 마당에 중국보다 더 일본에 가까이 있는 한반도가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는 정부 발표는 국민들이 믿고자 해도 믿을 수 없게 한다. 방사능이 한반도는 빼놓고 중국으로만 곧바로 날아갔다는 허황한 얘기밖에 안되질 않는가.

정부는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표를 거푸 하고 있는지 그 의도가 궁금하다. 일본에 대한 구호금품 모금에는 엄청나게 열을 올리면서 왜 국민들에게 합당한 예방조치를 취하기는커녕 국민들이 방비하는 것조차 가로막고 나서려는 것인가.

앞으로의 원전 건설이나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설에 장애가 될 것을 두려워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해외 원전수주에 차질이 발생할 것을 염려하는 것인가. 그 어떤 것이라 해도 무망한 시도일 뿐이다.

먼 곳에 있는 나라들도 모두 걱정하는 방사능 피해를 한국 정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피해가려는 한국 정부의 의도가 어떤 것이든 모두 다 정부 기능에 대한 기본적 성찰이 결여된 행동으로 보인다. 국민의 안녕을 외면한 산업 발전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인류 역사 속에서 국가체제가 등장한 가장 기본적 토대는 국민의 안녕이었다. 안전하게 살기 위한 바람이 더 큰 조직으로 뭉쳐가게 만든 원동력이다.

그런 국민의 안녕보다 수치적 경제발전이 더 앞선다면 그건 국가 존립의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다. 본말이 전도된 정부의 선택은 당장 우리의 안전으로부터 우리 후손들의 미래까지를 모두 망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눈속임식의 발표는 이제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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