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규제 소동 유감
DTI규제 소동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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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3.22 대책’.
이 대책 하나가 나와서 사흘간 벌어진 소동을 보면 강남의 위력을 새삼스레 재확인하게 된다.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이 강남 3구로 인해 발표되자마자 엎치락뒤치락 요동을 쳤다.

정부는 가계 빚의 증가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이 대책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예금은행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66%나 차지한다니 가계 빚의 주범으로 꼽힐 만하다. 따라서 이번 대책은 정부가 모처럼 적절한 대책 하나를 내놓은 셈인데 뒤집고 또 뒤집는 과정에서 빛이 바랬다.

언론 보도를 따라가 보면 당초 강남3구에도 DTI규제가 확대 적용되는 것으로 발표됐다가 사흘만인 24일 오전에는 금융감독원 발표로 DTI 최고한도 상향 대상에 수도권 투기지역은 제외한다는 공문을 시중은행에 발송했다. 강남3구도 DTI 한도 확대 대상이라고 발표했던 당초 내용을 뒤집은 것이다.

그런데 이날 밤 금융위원회는 “강남 3구도 고정금리,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에 가산비율이 15%포인트까지 확대 된다”는 내용의 해명 자료를 냈다. 금감원의 공문은 잘못된 내용으로 애초 발표한 것처럼 강남 3구 등 투기지역도 DTI 한도 확대 적용 대상이며 당국간 의사소통이 잘못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다시 한 번 뒤집어 진 것이다.

요점은 지난해 8.29대책을 통해 규제 완화됐던 DTI(수입대비 총부채상환비율)를 다시 원상태로 환원시키는 과정에서 이미 투기지역으로 규제를 받던 강남3구에 대해서도 새로운 규제 룰을 적용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벌어진 해프닝이다.

이 대책 하나 나오는 과정은 이미 당정협의를 거치면서도 내용이 여러 차례 엎어지고 재치기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정치적 입김을 충분히 쐬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발표되고 난 후까지 다시 번복에 번복을 거듭한 것이다.

이번 대책은 급증한 가계 빚에 폭등하는 물가까지 심각한 경제 현안 해소의 절박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줄을 잇는 정치 일정과 맞물리며 정책 당국이나 금융 당국의 운신 폭이 그만큼 좁았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장 가계 빚 문제 해결과 동시에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할 필요 때문에 부동산 취득세를 인하키로 했지만 하필 지방세인 취득세 인하 방침에 지방자치단체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지방재정의 근본을 위협하는 것으로서 지방 정부와 사전 협의도 없이 중앙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지방세 감소분에 대한 명확한 국비 보전대책을 마련한 뒤 시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부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출렁대니 아무래도 금융권이나 부동산업계로부터 시장의 혼선만 부추겼다고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 대책을 비판하는 측의 논리들도 허점투성이이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GDP 대비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현저히 작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거나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의 80%에 육박하지만 소득수준 높은 사람이 대출을 많이 받은 결과이니 큰 충격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임대주택이 보편화된 사회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지금 늘고 있는 가계 빚 중에는 소득은 줄고 생활비는 자꾸 느는데 집은 팔리지 않으니 일단 대출받아 버티는 한계 가정도 적지는 않을 듯하다. 팔기 어려우니 자연히 살 사람도 망설이게 된다.

빚으로 집을 사고파는 것은 막되 팔고 싶을 때 쉬이 팔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일 듯하다. 그래야 아직도 남아 있는 주택 가격 거품도 빠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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