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은행, 쉬는 것도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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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금융권은 충격에 휩싸였었다. 해외자본의 지속적인 유출과 대출상환압력까지 겹치면서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은행들이 슬기롭게 극복해가는가 했더니 예기치 않았던 또 다른 충격에 휘청이고 있다.

국민은행 사태와 신한은행 사태를 겪으면서 은행의 조직과 지배구조에 대해 상당 부분 주목하게 됐다.

은행은 금융기관에 공통적인 통상적 위험에다 후계구도위험, 이사회와 CEO의 밀착내지 공생관계로 인한 위험까지 존재하고 있는 것이 확인이 된 것이다.

주인이 분명하지 않고 주주들의 지분이 분산 돼버린 주식회사 조직이 태생적으로 갖는 한계이기는 하나 은행에 있어서는 이러한 부분이 상당 부분 증폭돼 나타나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터지면 고객들은 불안해진다. 물론 예금보험 제도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 내부에 문제가 생겼다는 부분을 언론을 통해 목도하는 경험은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다. 고객의 신뢰를 먹고사는 은행으로서는 매우 신경을 써야 할 대목이다.

이제 우리의 은행들이 어느 정도 내부를 추스르고 앞으로 나가야 할 상황이지만 은행산업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우선 자산확충과 글로벌 영업망 확충 등에 주력을 해야 하겠지만 환경은 녹녹치 않다. 예상치 못한 일본의 대지진으로 인해 세계경제의 회복이 더디어질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인플레로 인한 금리 상승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회복이 더디어지면 기업의 신용위험이 증가하면서 은행의 자산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금리가 상승하는 경우 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부담이 증가하면서 가계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다. 은행영업의 양대 축인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이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기 이후 가속화된 은행건전성규제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강한 재규제의 움직임 속에서 은행들은 지속적으로 자본을 확충해가야 하는 상황이고 더구나 소위 SIFI(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으로 분류되는 은행의 경우 한층 더 강화된 규제에 직면하게 됐다.

인플레이션 국면은 또 다른 위협요인이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고객들은 은행에 예금을 하는 것 보다는 각종 주식 혹은 실물자산에 대한 자산배분을 늘이게 된다. 즉, 수신기반이 잠식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특히 저축은행사태 속에 일부 상호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를 당하는 것을 목도한 상황에서 고객들의 위험에 대한 인지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우량한 은행과 그렇지 못한 은행 간에 격차가 더욱 벌어질 여지도 농후하다.

어지럽게 돌아가는 국내 및 세계경제의 흐름면에서 은행들은 수신기반의 잠식에다가 대출 부실화 가능성에 직면하면서도 자기자본은 계속 확충해가야 하는 이중 삼중의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업 자체의 위험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단 은행들은 가급적 외형경쟁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건전성제고가 오히려 고객을 유인하는 유인책이 되면서 역설적으로 성장 여지를 높여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쉬는 것도 투자라는 격언이 있다. 올 한해는 은행들이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건전성을 제고하고 내부를 단속하여 조직의 안정성과 자산의 건전성을 추구함으로써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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