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한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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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지진과 계속되는 여진과 그로 인한 원전 사고, 거기에 지진 여파로 인한 후지산의 화산 폭발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일본으로부터의 소식은 마냥 뒤숭숭하다. 이재민들의 처참함은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가 겪어본 사례를 뛰어넘어 안쓰럽기 그지없다.

17일부터 나오는 뉴스들을 보면 사건 발생 초기에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서방 언론들의 감탄을 자아내던 일본인들도 드디어 인내심의 임계점에 다다른 듯하다. 정부의 더딘 대응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비상식량을 사재기하려는 도시인들의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런 와중에 각국은 일본에 체류 중인 자국민의 탈출을 권고하고 대사관 직원 가족들을 위한 전세기를 내는 등 국민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그에 비해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유독 무한 신뢰를 보내며 제 때 자국민 대피령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를 듣고 있다.

한국 정부가 그토록 신뢰를 보내는 일본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그다지 효과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자국 내로부터도 받고 있다. 한국 안에서는 정부와 언론에 의해 평소 준비성이 철저하다고 알려졌던 일본 정부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대처는 다소 둔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워 의외라는 느낌을 준다.

이는 어쩌면 지나치게 계획하고 준비하는데 몰두해온 사회가 실제 상황에 부딪쳤을 때는 오히려 순발력 있게 대응하지 못하는 사례일지도 모른다. 마치 시험공부를 하려는 학생이 열심히 공부할 준비하는 데 힘을 쏟다보니 막상 공부할 시간은 부족하고 잠만 쏟아지는 현상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한국 정부는 종종 사전 준비가 허술해 구설수에 오르곤 한다. 하지만 부족한 부모 밑에서 자생력 있는 자식이 나타나듯 평소에는 아무 대책도 없어 보이던 시민사회가 돌발 상황에서는 뛰어난 대처능력을 보여주는 게 또한 한국사회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일본국민들은 정부의 철저한 준비를 굳게 믿고 있었기에 민간 부문의 자발성이 깨어나는 데 좀 더 시간이 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현재 일본 내에서도 민간부문의 구호품들은 계속 답지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현지에서는 운송용 기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원전 사고의 여파로 외부로부터의 물자 수송에 차질이 빚어져 구호품들이 이재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지만.

일본의 원전 건설은 건설 당시부터 많은 비난을 받으며 강행됐었다. 세계 유일의 원폭 피해국임을 내세워 2차 대전의 전쟁 책임을 가볍게 벗어던진 일본이 원전 건설을 위해 플루토늄을 대량 구입함으로써 세계의 비난을 받았지만 무시했다. 더욱이 이번 지진 사태에서 보듯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지진 위험국가에서 원전을 건설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경고하는 세계의 여론, 자국내 여론을 다 외면했었다.

그런 일본에서 드디어 지진에 의한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지금 그 위험성을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새로운 비난에 직면했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에서는 17일 현재 보도로는 이미 3,4호기 원전의 방사능 누출 위험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으며 그에 따른 대피 범위를 상당히 광범위하게 잡고 있으나 일본 정부는 그에 비해 상황을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이것이 위험성을 무시해서인지 자국 내 불안 심리를 잠재우려는 미봉책인지가 모호하다.

지금으로서는 자국민 보호 조치를 제 때 내리지 못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태도가 설마 현재 일본의 모호한 태도를 닮아왔기 때문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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