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적 부풀리기에 기업들 "울고 싶어라"
증권사 실적 부풀리기에 기업들 "울고 싶어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전종헌 기자]울고 싶어라~ 1995년 12월 히트 친 가수 이남이의 노래다. 요즘 기업들의 심정이 이 노래의 제목 같을 것이다.

기업들이 울고 있다. 일본 지진여파에 따른 원전사태 확산 등으로 국내 증시가 요동치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치더라도 고의적인 인재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증권사 연구원들이 부풀려 전망한 기업실적 때문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자연재해, 다른 하나는 증권사 연구원들의 부풀린 기업 실적 전망이다.

어닝 시즌을 앞두고 실적과 주가가 비례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전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후자는 인재다. 기업에게 주가가 떨어지는 것만큼이나 큰 재해도 없다.

최근 몇 달간 나온 증권사들의 기업 실적 전망보고서를 보면 부단히도 각 증권사마다 제시한 기업의 목표주가를 합리화하기 위해 말을 짜 맞추기라도 한 듯 주요 상장사의 실적치는 상향돼 있다.

올 초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 전망 보고서만 봐도 실적은 매분기 상향돼 있다. 목표 주가가 높으면 실적이 뒷받침해 줘야 하는데 이를 지지하려면 실적 전망은 부풀어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실적이 좋으면 주가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시장 예측치 대비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해서 해당 기업이 실적이 낮다고 평가하는 것은 잘 못 됐다"며 "증권사 연구원들이 목표 주가를 합리화하기 위해 실적을 부풀려 예상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120만원을 훌쩍 넘는다. 다음 수순으로 실적 전망도 매분기 증가를 내다봤다.

A증권사는 영업이익이 작년 4분기 저점으로 올 1분기 3조8000억원, 2분기 4조3000억원, 3분기 5조5000억원, 4분기 5조4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B증권사 역시 영업이익은 2분기 5조1000억원, 3분기 5조6000억원 등 실적 증가를 전망했다. C증권사는 목표주가를 14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실적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외에도 POSCO, 현대차 등 다른 업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은 기업으로서 그만큼 기대를 받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하지만 시장 기대치에 실제 실적이 부합하지 못하면 주가는 요동친다. 일본발 악재에 더해 어닝 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이 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