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라는 떡
산업은행이라는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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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씨의 자리가 청와대 경제특보에서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 바뀌었다. 무슨 이유일까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오고간다.

그런 바깥의 관심과 달리 산업은행 내에서는 입조심을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1일 산업은행 내의 분위기를 알아보고자 했더니 “갑작스러운 일이라 잘 모르겠어요.” “취임사라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어요?”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이 금융권 최하위 급여수준으로 전락해 있는데 힘 있는 사람이 오면 형편이 달라지려나‘ 라는 기대를 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한다. 평소 할 말은 곧잘 하던 이의 그런 조심스러운 반응은 의외였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발언이나 현 정부의 결의 등으로 미뤄볼 때 민영화에 더 박차를 가하지 않을까를 물으니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대답이 나온다. 일단 지금 제2의 금융위기를 염려할 만큼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정한데 정책도 금융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는 상식에서 나온 답이다. 또 국내에서는 그럴만한 자본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대외적으로는 현재 한국경제를 매우 불안하게 보고 있는 해외 자본들이 거액을 투자하며 들어오겠느냐는 판단도 민영화 추진 불가의 원인으로 등장한다.

국내에서는 메이저 언론들이 그럴싸하게 포장을 해주다보니 대다수 국민들이 다 잘 돌아가는 줄 알고 있지만 나라 밖에서 보는 한국경제는 언제 제2의 IMF 사태가 날지를 주시하고 있는 판국이니 그럴 법도 하다. 주식시장에서 줄줄이 빠져나가는 해외금융자본들은 그런 국제적 인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데 불과하다.

현재 유가는 북해산 브렌트유의 경우 10일에는 115.94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다음날인 11일 오전에는 달러 강세로 다소 주춤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쿠웨이트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까지 시위사태가 발생하면서 다시 흔들려 그 추이를 속단할 수 없게 한다.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은 최고 200달러에 육박하도록 치솟게 될 것이라지만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130달러만 돼도 줄도산이 예상된다. 150달러까지 가면 한국경제는 정부의 전망보다 빠르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러니 밖에서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산은 민영화는 적어도 MB 정부 동안에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무리 남의 말 안 듣기로 소문난 대통령과 그의 정부이지만 지금 같은 때 뭘 어떻게 밀어붙이겠느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만수씨가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 가면서 불안감이 솔솔 일어난다. IMF사태에 대한 그의 책임을 그는 한 번도 스스로 인정한 적이 없다. 그리고 기회 있을 때면 늘 밀어붙이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김석동 위원장은 그런 그의 추진력을 임명의 이유로 밝혔다. 이미 청와대와 정부, 강만수씨는 상호 교감을 충분히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 세 사람 모두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를 하기보다는 밀어붙이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기에 현실적 여러 여건에도 불구하고 억지를 써서라도 추진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산업은행 민영화는 결코 억지로 밀어붙여 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산업은행의 역할 중 일부를 정책금융공사를 설립해 넘겼으니 또다시 금융위기가 오고 중소기업의 줄도산이 이어져도 걱정 없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것으로 충분할 수가 없다. 금융위기가 온전히 해소될 때까지는 산업은행의 역할이 아직 필요하다.

게다가 산업은행은 국내 기간산업체 여러 곳의 대주주다. 정부 통제가 확실하게, 아주 조심스럽게 추진해야 할 일이다. 그런 일을 막무가내 밀어붙이는 사람 손에 맡기니 그저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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