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가 어떻다고?
좌파가 어떻다고?
  • 홍승희
  • 승인 2004.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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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정치판을 보자면 적어도 20여년은 뒤로 후퇴한 시계를 가지고 있는 성 싶다. 느닷없이 좌파 논쟁이 불거져 가뜩이나 질척대는 정치판을 더 이전투구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좌파 정권 운운하는 거야 DJ정부 출범 당시부터 간헐적으로 새나오던 소리지만 당시는 워낙 IMF체제로 급박한 상황인데다 책임문제가 걸려있는 탓인지 소리가 커지질 못했으나 이제는 그 말이 장님 막대기 휘두르듯 방향도 뭣도 없이 휘둘러지고 있다. 덕분에 경제정책까지 마구 흔들리고 있다.
요즘 중국의 빠른 성장은 한국 경제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지만 때늦은 이념논쟁이나 벌이는 정치판은 거기서 배우는 바가 별로 없나 싶기도 하다. 중국이 오늘날과 같은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이 단순히 사회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의 물을 들이니 그리 됐다고 믿고 싶은가. 참으로 단순한 발상이다.
물론 중국이 경제부문에서는 이미 정통적 사회주의 노선을 벗어나기 시작한지 한참됐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회주의다 자본주의다를 떠나서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이 가지는 유연성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경제에서는 이념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생산력이라고 본 등소평과 그의 사람들의 선택을 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승리라고 착각하고 한국은 앞선 자본주의 국가라고 우쭐댄다면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경제정책이 좌파 정책이라고들 하는데 도대체 좌파란 무엇인가. 좌파 운운하는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시장에 다 맡겨야 하는데 정부가 이러쿵 저러쿵 한다는 것이다.
지하자금이 살인적 고금리로 휩쓸고 다니던 말던, 부동산이 거품을 일으키던 말던, 매춘여성이 거리에 범람하던 말던 뭐든지 그냥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는 시장주의자들이 종래에는 마약이 제멋대로 유통되게 내버려두는 게 자본주의라고 강변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총기류가 마음대로 유통되게 버려두라고도 하고.
그들 주장대로 하다가는 정부는 존재할 필요가 없어지는, 그야말로 무정부상태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그런 이들일수록 또 정부가 그거 하나 단속 안하고 뭐하냐고 질타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아담 스미스가 살아 돌아온다면 저들같이 주장하려나 모르겠다. 그러나 아담 스미스가 그런 주장을 한 배경에는 경직된 관성을 쫒는 귀족주의를 대체할 신시민, 중산층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확대해야 경제가 발전할 것이라는 시대적 맥락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지금 좌파 정책이라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이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향수를 갖고 있는 시절은 고속성장을 구가하던 계획경제 시절인 듯하다. 그러나 그 계획경제야말로 반시장주의 아닌지 모르겠다. 자본주의가 끝간데 없는 자유를 누리다 다다른 세계공황을 겪으며 국가 개입의 필요성이 제기돼 등장하게 되는게 소위 케인즈 이론이고 미국의 뉴딜정책이라고 배웠는데 아닌가. 그게 한국이 배워온 계획경제의 시작이고 그것은 자본주의의 우편향에 중심을 잡아주기 위한 좌향 좌의 행보인 줄로 알고 있다. 그렇다고 케인즈를, 루즈벨트를 좌파라고 하는 비판은 과문한 탓인지 못들어 봤다.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보다 결과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주의의 장점을 재빨리 부분적으로나마 수용함으로써 반동을 줄였기 때문이다. 내부 이념논쟁에 여념이 없던 당시 사회주의권에 비해 훨씬 유연한 그런 사고와 행동양식이 경쟁우위를 점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주의가 아니다. 움직임이 한 방향으로 쏠리기 시작하면 결국 쓰러질 수밖에 없으므로 그 균형을 잡기 위한 정책을 좌파 운운하며 이념적으로 매도하고 싶어 안달하는 경직성을 벗고 보다 더 유연해져야 한다. 지금처럼 국내의 부가 소수에 집중되기 시작하면 국가는 당연히 균형을 잡기 위한 분배에 신경을 써야하고 성장동력이 자칫 멎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싶어 걱정되면 국책사업이라도 벌여 일단 숨통을 터놓고 볼 일이다. 여기에 좌니 우니 하는 딴지걸기는 국가를, 사회를 늪속으로 밀어넣는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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