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국내 상장 1년…인수합병 성공 '전무'
스팩 국내 상장 1년…인수합병 성공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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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기업의 인수합병에 투자하는 스팩(SPAC·Special Purpose Acquistion Company)이 3일로서 국내도입 1주년을 맞았으나 초라한 실적만을 남기고 있다.

지난해 3월 3일 대우증권스팩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국내에 상장된 스팩은 모두 22개다.

스팩은 일반적으로 상법상 주식회사의 설립에 이어 스팩의 IPO와 상장, 합병대상기업의 발굴 및 합병, 합병 성공 또는 실패 후 정리 단계로 진행된다.

당초 스팩 제도는 우회상장 수요 흡수와 M&A 활성화, 사모펀드(PEF)와의 상호보완 등으로 인해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됐다.

또 일반투자자, 비상장기업, 증권사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많은 효용을 가져다 줄 것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도입 1년이 지난 지금 스팩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비상장 기업과의 합병에 성공한 사례는 1건도 없는데다가 대부분 스팩의 주가는 공모가에도 못미친다.

국내 스팩 1호인 대우증권스팩은 첫 거래일인 지난해 3월 3일 공모가 3500원에 종가 3635원으로 거래를 마쳤으나 1년이 지난 오늘 종가가 3510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3월 12일 상장한 미래에셋스팩은 상장 10일만에 주가가 공모가 대비 2.5배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현재 상승률은 7%대에 머물고 있다.

그외에 16개의 현재 주가는 공모가보다 낮은데다가 22개 전체 스팩의 평균 수익률은 -2.31%로 투자자들에게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스팩 수익률이 좋지 않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2008년에 미국에서 설립된 161개 스팩 중에서 72개는 그 연간 수익율이 -1.2%, 17개는 -15%, 23개는 -16%, 49개는 -2.5%이다.

전문가들은 스팩의 수익률이 낮은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스팩 간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뚜렷한 M&A 이슈가 없었고 대부분 녹색산업 등의 신성장동력 관련 기업만 찾아다녀 차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너무 많은 증권사들이 스팩에 뛰어들면서 공급이 과잉됐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감독원의 규제강화로 스팩의 M&A작업이 어렵게 된 것이 인기 하락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만 해도 5~6개 스팩이 비상장사와 합병을 추진중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우회상장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부 무산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증권발행 공시규정을 개정해 우회상장하는 비상장사의 가치를 평가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자본환원율)을 종전 4~6%에서 10%로 올렸다.

이는 비상장사 가치를 '뻥튀기'해 상장사 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의도였다.

그러나 스팩이 이 제도의 희생양이 됐다. 비상장사 오너 입장에서 할인율이 높아져 스팩과의 합병시 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것보다 기업공개(IPO)를 하는 편이 낫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금감원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증권 관계자는 "비상장사 가치를 뻥튀기 하는 문제는 스팩 주총에서 주주들이 자연스럽게 견제할 수 있다"며 "우회상장 규제를 스팩에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감원은 규제완화에 대해 부정적이다.

오세정 금감원 기업공시제도실장은 "합병 성공사례가 나오지 않는 것은 스팩의 난립으로 과당경쟁을 한 것이 주원인"이라며 "성과가 없다고 규제를 완화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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