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랩 열풍(上)] 자문형 랩, 올 들어서만 '3조원' 몰려
[진단-랩 열풍(上)] 자문형 랩, 올 들어서만 '3조원'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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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조정시엔 '위험'…일부 자문사 수익률 '저조'
금융당국 "랩 시장 초기 단계…지속적으로 관리"

[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 '자문형 랩' 열풍이 증권가를 강타하고 있다.

'자문형 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펀드'의 배신(?)으로 발걸음을 돌렸던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증시로 돌리는데 첨병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도한 '쏠림 현상'과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잇따라 제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본지는 자문형 랩 어카운트 시장을 진단하는 한편 앞으로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기획기사를 2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단기 과열주의보 '빨간불'

올 1월과 2월 두달사이에 자문형 랩에 무려 3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리면 열풍을 넘어 '광풍'이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10개 대형 증권사의 자문형 랩의 순증액이 매월 전월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5000억원에 불과했던 이들 증권사들의 자문형 랩 규모는 12월 1조3000억원에서 올해 1월말에 2조원까지 늘었다.

이같은 증가세에 전체 자문형랩 규모는 7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불과 1년 전보다 1년 전보다 10배 이상이 늘어난 규모이다.

랩 시장의 급격한 팽창에 증권사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 펀드 열풍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지난 2006~2007년 개인투자자들이 일부 펀드의 높은 수익률에 현혹돼 '묻지마 투자'에 나서면서 펀드 열풍이 불었었다.

이후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펀드 수익률은 바닥을 치기 시작했고 투자원칙 없이 수익률만 보고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증시가 '리비아 사태'로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문사의 종목 추천을 받아 운용하는 자문형 랩의 수익률이 좋지 않은 것으로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랩의 경우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는 종목을 집중하는 전략은 초과 수익률로 나타나지만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기 시작하면 초과 하락률이란 양날의 칼이 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자문형 랩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익률 역시 저조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세일즈 볼륨이 큰 한 자문자 가운데 한 곳은 코스피 수익률보다 더 큰 손실을 낸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자문형 랩의 높은 수익률만 보도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의 속이 타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투자자 보호 우선돼야

이에 금융당국이 잇따라 제재에 나섰다. 올초 스폿랩 판매를 중단시킨데 이어 적립식 랩 판매에도 제동을 건 것이다.

스폿랩은 미리 약속한 수익률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상환되는 랩으로, 상승 여력이 제한적인 장세에서 안정형 상품으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소수종목에 투자해 단기간·고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격적 운용이 불가피해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에 이 상품의 판매 금지를 통보했다.

스폿랩 제대에 이어 적립식 랩 판매에도 제동이 걸렸다. 매달 일정금액씩 넣는 랩은 사실상 펀드와 다를 바 없다고 판단에서다. 갑작스럽게 내려진 판매금지 조치에 일부 증권사의 경우 적립식 출시 첫날부터 판매를 중지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연이은 제재에 증권업계는 '사실상 적립식 랩을 판매하지 말라는 선고와 같다'며 반발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다소 과도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한참 시장이 커가고 있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투자자 보호에 우선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동회 금감원 금융투자업무팀장은 "작년 이후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아직 랩어카운터가 정착이 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랩 시장의 경우 초기상태라는 점에서 현재 랩에 대한 감독법규는 시장을 커버할 수준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증권사가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고유의 영역은 존중을 받아야 하지만 정해진 룰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향후 금융회사와 지속적은 의견 교환 등을 통해 랩 시장 안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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