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킹메이커' 라응찬은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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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보규 기자]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이 신한금융지주의 새로운 회장으로 내정됐다.

오는 21일 예정된 이사회까지 치열한 각축을 예고했던 한 내정자와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의 경쟁은 한 내정자가 특별위원회 위원 과반수 이상의 표를 얻으며 단독 후보로 추대돼 의외로 쉽게 마무리됐다.

신한금융이 지난해 9월부터 금융권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던 '신한사태'를 매듭짓고 최고경영자 인선을 조금나마 빨리 마무리했다는 점은 반길만한 사실이다.

하지만 내정자가 추대되는 과정을 되돌아보면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의 이름이 후보군에서 사라진 이후 신한금융의 회장 선임 작업은 '친라(親羅)'와 '반라(反羅)'의 대결구도로 전개됐다.

라응찬 전 회장과 국내이사들의 지지를 받는 한 내정자와 신상훈 전 사장을 비롯한 재일교포 주주들의 지지를 받는 한 의장이 각축을 벌이는 양상이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치열한 막후싸움을 벌이던 양측에 대해 "금융당국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던질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라 전 회장과 신 사장의 싸움은 라 전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20여년간 신한을 지배해온 라 전 회장이 '제왕'에서 '킹메이커'로 변신한 셈이다.

물론 한 내정자가 오로지 라 전 회장을 배경으로 신한의 최고경영자에 오르게 된 것은 아니다. 오는 3월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라 전 회장의 입김이 향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회장 인선 작업 내내 라 전 회장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한 내정자가 취임 이후 '친라'라는 꼬리표를 떼어 버릴 수 있을지 단정짓기도 어렵다.

'신한'은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브랜드 중 하나다. 또한 '신한사태' 이후로 그 가치가 상당히 훼손됐다는 평도 듣고 있다.

한 내정자가 "신한이 빠른 시일 내에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한 것도 이런 평가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이번 회장 선임 이후 막후에서 힘을 행사하는 라 회장의 킹메이커 역할이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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