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브라질 그리고 한국
일본, 브라질 그리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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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는가 싶던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향 조정됐다는 소식은 얼마 전 퇴임한 전임 대통령 룰라 재임 중 이룩한 브라질의 경제적 성공이 오버랩 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조정은 S&P라는 일개 신용평가기관에서만 이루어진 것으로 그것이 곧 일본경제의 위기라고 단정 지을 근거까지는 되지 않으며 일본과 브라질은 경제 발전단계나 산업화 수준, 자원 등 여러 가지로 차이가 커 단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부분에서 양국 간 극명하게 차이나는 정책의 차이가 있기에 두 나라의 명암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그 차이는 오랫동안 일본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한국의 정책과도 관련이 있어서 관심이 기운다.

일본은 10년 불황을 겪기 전에도 늘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국가적 외형성장에 비해 국민들의 소비여력은 그다지 크지 않은 나라였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기반이 탄탄하고 국민들의 저축률은 매우 높아 장기불황 이전까지는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했었다.

그런 일본이 요즘은 중소기업의 일감이 없다는 하소연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다 세계적인 장수국가답게 노령인구의 비중은 나날이 늘어가 세계 최초로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행되어가며 연금생활자가 증가하는 데다 청년실업의 증가 등으로 국민저축률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그러니 소비여력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이에 비해 브라질은 룰라 전 대통령이 집권하기 직전인 2002년 2.2%에 불과하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10년에는 7.5%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임 기간 8년 동안 연평균 4%대의 꾸준한 증가율 상승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전까지 갔던 브라질은 1999년 외화보유액은 300억 달러에도 못 미쳤으나 2010년에는 3000억 달러로 10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물가상승률도 2000년 12%에서 2010년에는 6% 이하로 낮아졌다고 한다.

이같은 성장은 유연한 경제정책 덕분이기도 하지만 빈곤해소를 위한 사회정책이 더 근본적인 바탕이 됐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룰라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브라질에서는 중산층이 3600만 명이나 늘어 전체 인구 중 중산층 비율이 42%에서 53%로 높아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1인당 월 소득 75달러 미만의 빈곤층은 2003년 5000만 명에 이르렀으나 2009년에는 2990만 명으로 43%나 감소했다.

그만큼 국민들의 소비여력이 늘고 그로 인해 기업 활동도 활발해졌다.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수출도 급증해 향후 브라질 경제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빠른 경제성장의 후유증도 결코 적지는 않아 보인다. 소위 좌파 대통령의 취임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대국들이 자본 회수로 대응하면서 브라질은 내내 고금리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2010년에는 특히 세계적인 원자재가 폭등으로 자원부국 브라질은 수출이 급증하면서 올해 물가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로부터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기 어렵다’는 그 빈곤문제를 8년 임기 중에 빈곤층 40% 이상 감소라는 놀라운 실적을 보인 것은 대단한 일이다. 빈곤층 대책은 의외로 단순했다.

극빈층들에게 최저생계비의 절반을 지원해주되 조건은 단 한 가지, 애들을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이 정책을 두고 미국을 필두로 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맹렬히 비판했다. 가난한 자들에게 거저 돈을 줌으로써 의존성을 키워준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그러나 그렇게 지원받은 빈곤층 가운데 많은 수가 속속 중산층의 대열로 편입돼 들어갔다.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던져진 밧줄 하나로 위기를 무사히 탈출하게 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자식들에게 교육 기회가 부여됨으로써 가난의 대물림 가능성을 상당한 수준까지 차단하는 효과를 냈다.

이렇게 사회적 불균형을 완화시켜 가면서 가난한 자들의 기초적 소비가 증가하니 부자 몇 명의 소비로는 얻을 수 없는 사회경제적 동력이 생겨난 것이다. 바꿔 말하면 돈의 순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일본은 그게 안 되고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 역시 그 점에서는 점차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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