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최대과제는 금융중개 기능 약화"
"금융시장 최대과제는 금융중개 기능 약화"
  • 김동희
  • 승인 2004.09.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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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연구원 주최 학술 토론회, 정운찬 서울대 총장 주장
단기수익중시성향과 위험부담 회피성향이 주요인
신용카드문제등 정책 일관성 부재가 혼란 초래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현황과 관련해 ‘금융중개 기능의 전반적 약화’현상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카드사 부실 대처와 통화신용정책에서 정부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참여정부가 재정을 단기적인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재정의 건전성이 악화돼 물가불안과 정책 신뢰성 상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7일 금융연구원이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정책과제’라는 주제로 개최한 학술토론회에서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금융정책의 평가와 정책과제’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논문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현황과 참여정부 들어 시행된 금융정책 및 통화신용정책의 효과를 평가한 후 향후 정책과제를 모색하는 방식으로 쓰여졌다.

먼저 정 총장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건정성이 일부 개선되고 그 규모도 증가했지만 정작 금융중개 규모는 축소돼 금융중개 기능의 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은행권은 물론이고 제2금융권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과 같은 직접금융시장에도 본질적으로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과 시중자금이 단기 부동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이 같은 원인으로 ‘단기수익 중시성향’과 ‘위험부담 회피성향’이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금융기관의 고유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는 위험관리기능이 사실상 실종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총장은 이런 실종의 이유로 금융기관의 대출심사능력과 위험관리능력이 아직도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금융산업에 종사하는 전문인력의 비중이 외국에 비해 크게 낮다는 점에서 인적자원의 낙후성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아울러 은행중심의 금융제도와 시장중심의 금융제도에 대한 구분과 관련해서도 비록 장기적으로는 시장중심제도로 이행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상황에서는 은행기능의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정 총장은 참여 정부 들어 발생한 대표적 금융사고인 신용카드사에 대한 분석을 통해 금융감독당국이 이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게임의 룰에 의해 처리하지 않고 편법에 의해 처리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적기시정조치 등 명시적인 처리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문제를 처리한 점, 또 부실한 카드사를 퇴출시키지 않고 모두 살리려고 시도한 점 등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이에 따라 금융산업에서 적자생존의 원리가 실종하고 금융감독당국의 신뢰성도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자산담보부증권의 조기상환요구를 봉쇄함으로써 투자자에 대한 충실의무를 지키라는 외환위기 이후의 정책기조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화신용정책과 관련해서 정 총장은 2001년 이후 우리나라의 통화신용정책은 일부 예외기간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팽창 일변도였다고 전제하면서 이런 팽창정책이 과연 물가안정목표제와 잘 부합하는 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특히 참여 정부 들어 시행된 두 차례의 콜금리 인하(작년 7월, 올해 8월)와 관련해 과연 금리인하가 경기부양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정 총장은 올해 8월의 금리인하의 경우 소비자물가와 생산자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중시하면서 이런 관행이 대중의 물가안정기대를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향후 정책과제와 관련해 우리은행의 매각 문제를 거론하면서 우리은행의 매각은 단순한 공적자금의 조기회수의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총장은 최근에 제기되는 토종자본 대 외국자본의 논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은행소유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투자사업에 대한 타당성 심사를 엄격히해 자원의 제2차적 배분기능을 더 잘 수행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이런 의미에서 재벌의 지배하에 놓이는 은행은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차라리 민영화 일정을 연기한 채 경영진을 유능한 사람으로 임명하는 것이 형식적인 민영화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총장은 단기적 경기부양책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위해 우수한 인적자본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점을 인식할 경우 교육에서의 창의성과 수월성 추구는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하고 기초연구와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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