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악성 미분양 심각한 수준···경기 침체 장기화 전망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올해 들어 이달까지 부도난 종합건설사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전문건설사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만큼 부도 여파의 범위가 넓을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건설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부도 업체는 늘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10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10일 기준) 누적 기준 부도난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 정지 건설업체로 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 제외)는 모두 23곳이다. 이는 동기 기준(1~9월) 지난 2019년(42곳)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해 동기(11곳) 대비로는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연간 부도 업체(21곳) 수를 이미 넘어섰다.
면허별로 부도 업체는 전년 같은기간(종합건설사 6곳·전문건설사 5곳)보다 증가한 △종합건설사 8곳 △전문건설사 15곳 등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부산 5곳 △경기 3곳 △광주‧전남‧경북‧경남 2곳 △서울‧대구‧울산‧강원‧충남‧전북‧제주 1곳 등 순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건설사 폐업 증가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는 330건으로, 전년 동기(266건) 대비 24.1% 늘었다. 같은 기간 전문건설사 폐업 신고는 1410건으로, 107건 증가했다.
이 가운데 건설업에 새로 진입하는 업체는 감소세다. 특히 올해 1~8월 누적 종합건설사 신규 등록은 지난해 같은 기간(715건)보다 57.3%나 감소한 305건에 불과했다. 비교적 진입이 쉬운 전문건설사의 경우 지난해 1~8월 누적 3259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3488건으로 증가했다. 다만 전체 전문건설업종 현황 기준으로 전년 대비 -1.93의 증감률을 보인 만큼 신규 진입보다 폐업 수가 많은 셈이다.
특히 건설업계는 통계로 드러나지 않지만, 영업을 중단한 지방 소규모 건설사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장기 침체로 버티지 못하는 지방의 중소 건설사들은 확인된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나마 규모가 있는 회사의 경우 당좌거래를 이용하는 만큼 부도가 나면 확인이 되지만 규모가 더 작은 회사의 경우 부도가 나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통계상 수치보다 더 심각한 상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적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1만6461가구로, 전월보다 2.6%(423가구) 늘었다.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데다 2020년 9월(1만6883가구)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수도권 악성 미분양은 2821가구로 전월보다 2.7% 줄었지만 지방에선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전남의 악성 미분양이 2549가구로 가장 많고, 경남과 경기가 각각 1730가구로 뒤를 잇는다. 대구 악성 미분양은 전월보다 7.8%(138가구) 줄어든 1640가구 수준이다.
건설 경기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건설업 재정 지표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4분기 건설업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3.24%로 지난해 2·4분기 3.40%보다 0.16%p 떨어졌다. 매출액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2·4분기 3.35%에서 올해 2·4분기에는 2.97%로 0.38%p감소했다. 수익성 악화에 높은 금융비용까지 더해지며 이자보상비율 또한 전년 동기 대비 떨어졌다. 2024년 2·4분기 건설업 이자보상비율은 229.70%로 2023년 2·4분기 238.68%보다 8.98%p 하락했다.
이에 따라 건설기업이 체감하는 경기 수준을 지표화한 건설경기실사 '종합실적지수 역시 하락했다. 지난달 기준 건설경기실사 '종합실적지수'는 69.2로, 전월 대비 3.0%포인트(p) 감소했다. 이 수치는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낙관론이, 100 이하면 부정론이 우세한 것으로 판단한다.
임기수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경기 장기 침체로 부도와 폐업을 고려하는 건설기업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신용보증기금을 비롯한 여러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면서 "지난해 건설업 취업자 수는 216만8000명으로 전체 고용의 7.7%에 달하는 만큼 서민 소득 향상을 위해 건설기업의 지속 경영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