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배터리 화재 전용 소화기, 인증 기준 없어
"정부, 인증 독려·인증 기준 서둘러 수립해야"
[서울파이낸스 (부산) 안도일 기자] 이성권 의원(국민의힘, 부산 사하구갑)이 행정안전부의 자료를 인용해 모든 정부 청사에 미인증된 금속화재·리튬배터리 화재 전용 소화기가 비치됐다고 8일 밝혔다.
행안부가 이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속화재 전용 소화기 23개, 리튬배터리 화재 전용 소화기 76개로 모두 99개가 비치됐다. 이 중 세종과 서울 청사에 금속화재 전용 11개, 리튬배터리 화재 전용 34개 등 총 45개로 전체의 45%가 집중됐다.
현행 소방시설법에 따라 소화기는 성능 등 인증 기준을 통과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형식인증을 받았을 때만 판매·사용할 수 있다. 즉 형식인증을 받지 않은 소화기를 판매하는 등의 행위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금속화재 전용 소화기는 올해 7월에 들어서야 인증 기준이 마련됐다. 7월 이전에 판매된 금속화재 전용 소화기는 현행법을 위반한 셈이 된다. 한편 정부 청사의 것은 전부 올해 7월 전에 비치됐다.
리튬배터리 화재 전용 소화기는 금속화재 전용 소화기와 달리 인증 기준이 아직 없다. 즉 시중에 유통되는 리튬배터리 화재 전용 소화기는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소방청은 현재 미인증 소화기 판매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인증 기준이 없는 리튬배터리 화재 전용 소화기 홍보와 판매 등은 허위광고를 금지하는 표시광고법 위반도 적용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청사에 미인증 소화기가 넘쳐나는 것이다. 심지어 청사에 비치된 리튬배터리 화재 전용 소화기 76개 중 절반이 넘는 39개가 아리셀 화재 참사 이후에 비치됐다.
리튬배터리 화재 위험성이 알려지자 비치한 소화기가 미인증 소화기였던 셈이다. 화재 안전 대응을 위해 구매한 소화기가 형식인증을 받지 못해 성능을 확인할 수 없는 가운데 도리어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성권 의원은 "국민에게는 불법임을 강조하면서, 정부 청사는 미인증된 소화기를 잔뜩 비치했다"며 "화재 안전 강화 목적을 위해 구매한 소화기가 형식인증을 받지 않아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금속화재 전용 소화기 인증을 독려하고 리튬배터리 화재 전용 소화기의 인증 기준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