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2/위험천만 건설현장上] '안전' 챙긴다지만···곳곳이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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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주간 건설현장서 5명 사망···이중 2곳은 10대 건설사 현장
상반기 건설 산재 사고 145건·사망자 147명 '전체 업종 중 최다'
"안전에 취약한 산업 구조와 대내외 이슈로 잦은 공사 중단 탓"
"만성적인 인력난에 외국인 노동자 늘지만 여전히 소통 어렵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업재해(산재) 사망률 1위다. 이중에서도 최다 사고율을 기록하는 산업군은 단연 건설업이다. 실제 건설현장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근로자 사망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산재사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건설사들이 사업장 내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한 각종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에 발벗고 나섰음에도 말이다. 이에 서울파이낸스는 2회에 걸쳐 건설현장에서 반복되는 산재 발생 현황과 그 원인을 산업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주요 건설사들이 시행하는 안전 관리 대책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건설현장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지만 전국 곳곳에서 사망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10대 건설사로 불리는 대형사의 시공현장에서도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근로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건설현장에서 반복되는 사망사고가 산업 특성에 따른 구조적 문제와 함께 최근 2~3년간 코로나19 및 노조 파업 사태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동구 천호동 건설현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전류에 감전돼 숨지는 등 최근 3주간(8월12일~9월2일) 건설현장에서 5명의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강동구 천호동 아파트 공사현장 1명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영내 국방홍보원 신청사 건설 현장 1명 △인천 서구 왕길동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1명 △전북 익산시 창인동 익산역 부지 내 휴계 건물 외벽 도색 현장 1명 △부산 영도구 아파트 공사 현장 1명 등이다.

이중 2건이 도급순위 10위권 내 대형건설사로 알려져 건설현장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적용 대상인 대형사들은 안전관리감독에 적극 나섰지만, 근로자 사망사고가 여전히 반복된다는 점에서 업계는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사고재해자도 2년 새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의 '최근 3년 시공능력평가 20대 건설사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사고재해자는 2021년 1458명에서 2022년 1631명, 지난해 2194명으로 조사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929명을 기록했다. 

대형건설사뿐 아니라 전체 산업군으로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전체 산업군 가운데 건설업은 산재 사고 및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업종으로 매년 꼽히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발생현황 부가통계(잠정)'를 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재해조사 대상 사고 건수는 266건, 사망자는 296명이었는데, 건설업에서만 128건의 사고로 130명이 숨졌다. 

전년 동기 대비 건수(145건)와 사망자수(147명) 모두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실제 기타사업을 포함한 10개 업종 중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고건수와 사망자수는 각각 40% 이상 비율로, 두 번째로 사고가 많았던 제조업(69건‧95명)과 비교해도 차이가 컸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유형별로 보면 △떨어짐(76명) △물체에 맞음(17명) △무너짐(9명) △깔림·뒤집힘(7명) △끼임(5명) △감전(3명) 등 순으로 나타났다. 기인물은 △건축물·구조물 및 표면(82명) △운반 및 인양 설비·기계(16명) △건설 설비·기계(14명) △부품, 부속물 및 재료(9명) 등이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GS건설 안전혁신학교에서 GS건설과 협력사 임직원들이 근로자들이 착용하는 안전벨트를 체험하고 있는 사진 (사진=GS건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GS건설 안전혁신학교에서 GS건설과 협력사 임직원들이 근로자들이 착용하는 안전벨트를 체험하고 있는 사진 (사진=GS건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근로자 안전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산업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건설사들도 현장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만 거푸집 설치부터 자재 인양, 마감 공사, 터널 공사 등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건설공사 특성상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현장이라는 이야기다.  

A 건설사 관계자는 "고층 아파트‧오피스텔 등 건축물 공사 특성이 기계‧장비보다 사람 손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고 빽빽이 좁고 높은 제한된 공간에서 협착이나 끼임 사고, 추락 사고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은 로봇으로 대체하기에 한계가 있는 산업으로, 인력이 투입되는 수작업이 필요한데 현장은 무겁고 높고 깊고 위험한 곳이 대부분"이라며 "사망사고가 발생한 어느 건설사 하나의 문제라고 할 수 없고 업계의 특성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사의 사례가 주목을 많이 받지만 중견 이하 건설사의 소규모 사업장이 실제 사고 노출 위험이 더 크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C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는 안전 관리를 위한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라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영세건설사 또는 소규모 건설 현장의 경우 예방은 물론, 대응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실제 건설현장 사망사고는 근로자수와 공사금액이 적을수록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수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87명, 공사액 50억원 이하 건설현장에선 78명이 숨져 각각 근로자 50인 이상(43명), 공사액 50억원 이상(52명)보다 많았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앞으로 사망사고가 줄어들긴커녕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농후하다는 점이다. 만성적인 인력난과 빠듯한 공사일정, 과도한 업무량 등 고질 문제에 더해 최근 2~3년여간 코로나19와 건설노조‧화물연대 파업 등에 따른 공사 중단, 원자잿값 및 금리 폭등이 부른 건설비용 증가 등 건설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현장 여건이 더욱 악화된 탓이다. 

특히 건설현장 내의 내국인 감소로 외국인 비중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전용 교육 등은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소통이 월활하지 않다는 문제도 현장 안전에 대한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분기별 피공제자 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외국인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15.4%)보다 0.8%p(포인트) 증가한 16.2%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지난해 건설업 외국인 사고사망자는 356명 중 55명으로, 15.44%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 대비(건설업 사망자·402명, 외국인·47명, 비중·11.69%) 3.75%가 증가한 수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모든 현장의 공기가 빠듯한데 최근 2년여간은 각종 이슈들로 여러번 공사가 중단되며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면서 "공사비는 나날이 상승하는데 비용을 줄이기 위해 현장 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었고 그 여파가 부실시공, 품질 문제, 안전 사고 등으로 드러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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