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결정에···저출산·청년 주택 해법 '논란'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결정에···저출산·청년 주택 해법 '논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세훈 "저출생 해결보다는 자연 보호에 더 큰 가치 느끼는 분들껜 죄송"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신혼 20년 전세자가주택 '장기전세주택II' 공급 계획
택지는 훼손지 등 가치 낮은 지역...내곡동 등 '집단 취락지역' 가급적 배제
투기세력 막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개발제한구역 일대. (사진=연합)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개발제한구역 일대. (사진=연합)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 '불가' 입장을 유지해온 서울시가 '일부 해제'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시는 청년세대의 주택문제 등 해결을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것이라 밝혔지만, 그린벨트 해제로 인해 주택이 공급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해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8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개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 내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하는 신규 택지 규모는 1만가구대로, 오는 11월 발표한다.

서울시는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전날까지 그린벨트 해제 최소화를 원하면서 국토교통부 등과 팽팽한 논의를 했으나, 결국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시는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청년세대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택지 공급 방안을 선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관련 세부 계획을 발표하면서 "저출생 대책 중 제일 중요한 게 주거 문제"라며 "저출생 해결보다는 자연 보호에 더 큰 가치 느끼는 분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하향 안정화 돼야 한다는 게 서울시의 행정 목표"라며 "이런 시그널과 주택 공급 의지를 보여 불안 심리를 안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는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오 시장이 추진하는 신혼 20년 전세자가주택인 '장기전세주택II'(가칭 '미리내집') 등 신혼부부 대상 주택을 일부 공급할 계획이다.

관건은 어디를 얼마나 해제할 것인지다. 특히 시는 환경 훼손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린벨트 내 관리되지 못한 훼손지 등 보존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활용할 계획이다. 개발제한구역이라 해서 모두 산림이나 숲인 것은 아니고, 시가지에 농경지나 경작지·창고가 있는 등 보존성이 낮은 곳을 훼손지라고 한다.

시는 이어 "집단 취락지역은 (그린벨트 해제에서) 가급적 배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원주택 등이 들어선 집단 취락지역은 기존 거주민이 이주하고 집을 헐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집단 취락지인 강남권 양재동 식유촌·송동마을, 내곡동 탑성마을 등은 후보지로 선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강북권 그린벨트도 대부분 산이기에 택지로 개발하기 부적합해서 아직까지는 후보지 예측이 어렵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과연 언제쯤 실제 주택공급이 될 수 있느냐다.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한 이후에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토지 보상, 주택 착공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주택 입주까지 8∼10년가량이 소요된다.

정부는 이 기간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했지만, 당장의 주택 공급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의 인구 1인당 도시 녹지 면적은 24.79㎡로 전국 266.01㎡의 10%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녹지가 부족한 상태"라며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주택 물량 확보는 미래세대를 위한 것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까지 계획한 신도시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서울 그린벨트 해제로 약 1만가구 공급을 약속했는데, 그 물량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그렇다면 굳이 서울의 그린벨트를 해제할 필요성이 낮아진다"고 짚었다.

당장 패닉바잉으로 번지는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방안이 아니며 되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수도권 그린벨트는 기존 1∼3기 신도시보다 서울 접근성이 매우 좋은 위치의 알짜 후보지"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더라도 그린벨트 해제 기대감에 토지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이에 서울시는 집값을 올리는 투기세력을 차단하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하기로 했다. 서울 전체 그린벨트 149.09㎢ 가운데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거나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지역 23.93㎢를 제외한 125.16㎢도 올해 말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의 땅을 사고 팔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투기 차단을 위한 임시 조치로, 추후 구체적인 주택공급 대상지가 확정될 경우 그 외의 땅에 대해선 지정 해제 조치를 할 예정이다. 또 시는 기대심리에 집값 급등 현상이 나타날 경우 그린벨트가 아니어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