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의 재무건전성···지급여력비율 129.32%로 급락해
문제는 결손금···증자 등으로 벌충했지만 수익성 개선 시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하나손해보험이 장기보험 중심의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기존 디지털 보험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GA(보험대리점) 중심의 대면영업 확대에 주력한 결과, 상반기 들어 적자폭이 개선되는 성과를 달성했다.
다만 누적된 결손금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는 점은 뼈아프다.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하나금융의 유상증자를 통해 급한 불을 껐지만, 보다 근본적인 수익성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하나금융그룹의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하나손보가 17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212억원)와 비교해 적자폭이 축소된 점은 긍정적이다.
상반기 실적에 대해 하나손보는 "손해액 중 상당 부분이 장기보험 영업채널 확대를 위한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 비용이다. 특히 자동차보험 비중이 아직 높은 가운데, 차보험 손해율이 증가한 영향도 컸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장기보험 확대라는 대목이다. 하나손보가 장기보험 확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수익성 개선에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핵심수익지표로 부상한 보험계약마진(CSM)의 경우 보험계약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을 부채로 인식하고, 그 일부를 매년 상각하면서 순이익에 반영한다. 이에 보험사들은 CSM 산정에 유리한 장기보험 판매에 주력하고 있으며, 실제 장기보험 중심의 일부 손보사들은 큰 폭의 실적개선을 이뤄내기도 했다.
문제는 하나손보가 보험업법상 전체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나 온라인 등을 통해 모집해야 하는 디지털보험사라는 점이다.
보장내용이나 구성이 복잡하고 천차만별인 보험상품의 특성상 디지털보험사의 주력 상품은 여행자·휴대폰 보험 같이 상품 구조가 단순하고 가벼운 단기보험에 집중됐다. MZ세대 등 젊은 신규고객 확보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험료가 소액이라 마진을 남기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은 삼성화재 부사장이었던 배성완 대표를 선임, GA 판매채널을 통한 장기보험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 그 결과 전체 원수보험료에서 장기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분기 37.9%로 전년 동기 대비 6.5%p나 확대되는 성과를 보였다. 다만 수익적 측면에서 성과가 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는 하나금융그룹의 유상증자 결정에도 엿볼 수 있다. 지난달 26일 하나금융은 이사회를 열고 하나손보에 999억8244만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자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본 확충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하나손보의 재무건전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하나손보의 신지급여력비율(K-ICS)은 작년 2분기 말 163.47%에서 올해 1분기 말 129.32%로 급락했다.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치(100%)는 넘겼지만, 금융당국 권고치(150%)엔 한참 모자라다. 경과조치를 신청하지 않아 보정치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하나손보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이유는 거듭된 적자로 인한 결손금이 꼽힌다. 과거 하나금융 인수 전인 2019년 말(前 더케이손해보험)에도 결손금이 546억원에 달했다. 이를 개선코자 하나금융은 과거 두차례에 걸쳐 27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키도 했다.
그러나 2022년(-689억원)과 2023년(-879억원) 연속으로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올해 1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이 -1409억원까지 떨어졌다. 반년 전인 지난해 3분기(-1041억원)와 비교해 결손금이 368억원이나 늘어난 셈이다. 보통주 자기자본(4611억원)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기본자본은 1138억원으로 반년 전(2005억원)에 비해 반토막났다.
결국 하나손보는 지난 5월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기본자본을 벌충했다. 신종자본증권이란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유가증권으로,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길어 영구채로도 불린다. 회계기준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돼, 기업이 부채비율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자금을 조달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상반기 말 기준 하나손보의 킥스비율은 160% 후반선까지 올랐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번 증자가 마무리 되면 2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건전성이 강화된 만큼, 다시 한번 영업을 확대할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번 증자 결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질적인 적자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재무건전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