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人] HD현대중공업의 시작-정주영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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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조선소, 세계 최초 조선소·선박 동시건조
15만톤급 규모 조선소 건립 계획,100톤급으로 수정
1974년 6월 촬영된  VLCC 1호선 전경 (사진=현대중공업그룹 50년사)
1974년 6월 촬영된 VLCC 1호선 전경 (사진=현대중공업그룹 50년사)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조선소나 배를 짓는 것은 다 같은 건설인데, 하나가 먼저 돼야 다음을 건설할 수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꼭 조선소를 지어야 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국내 첫 조선소 건설을 준비하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회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첫 조선소는 건설 과정부터 혁신적이다. 세계 최초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가 동시에 진행됐으며, 첫 조선소부터 초대형 조선소 건설을 목표했다. 1970년 조선소 건립을 추진하던 조선사업부는 정부와 15만톤급 규모의 조선소를 세우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대형 조선소가 선호되는 흐름을 반영해 수정을 거듭하며, 1973년 100톤급 규모로 최종 결정됐다. 향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형 조선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72년, 한국 산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은 조선소 건설이 시작됐다. 당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빨리 건조돼야 했기에 조선소와 선박 동시 건조라는 파격적인 결정이 나올 수 있었다. 이 당시 정 회장은 울산에 머물려 직접 공사를 총괄했다. 매일 아침 4시에 기상해 조선소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전해진다.

1973년 3월. 20일 현대울산조선소 시업식 기념사를 하는 정주영 창업자 (사진=현대중공업그룹 50년사)
1973년 3월. 20일 현대울산조선소 시업식 기념사를 하는 정주영 창업자 (사진=현대중공업그룹 50년사)

조선사업부는 조선소 기공식이 진행한지 1년 만에 그리스 리바노스로부터 수주한 26만톤급 유조선 건조에 착수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도크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3개월 뒤 바로 2호선 건조도 시작되며, 조선소 건설 현장에는 2척의 유조선이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었다.

당시 재계는 조선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꾸준히 제기했다. 선박 수주에 의해 실적이 좌우되는데 계획 생산이 불가능할 것이며,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의 특성으로 불황기에 버틸 힘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정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산업의 장래에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조선 산업은 노동집약산업으로 임금이 저렴하고 풍부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또 1970년대 우리나라는 정부의 주도하에 중화학공업으로 산업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었다. 조선산업은 전방의 철강 산업과 후방의 기계·설비 등 발전을 유도할 수 있어, 성공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정 회장이 꿈꿨던 국내 첫 선박은 조선소 기공식이 개최된 지 2년 3개월 만인 1974년 2월 15일 새벽 1시경 현실화됐다. 정 회장을 비롯한 전 구성원들은 선박을 물에 처음 띄우는 진수식을 지켜봤다. 해당 조선소는 한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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